경기도 평택 소사벌 이곡마을7단지 입주민 A씨는 임대 재계약을 앞두고 잠을 못 자고 있다. 정부가 재계약을 앞두고 임대료를 올린다고 해서다. 이 아파트는 LH가 분양한 10년 공공임대주택이다. 10년간 저렴한 가격에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난 2년간 임대료에 비해 올해 재계약부터 적용되는 임대료가 껑충 올랐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4㎡는 최대 보증금 1억5750만원에 월 임대료가 6만4500원인데,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2년 재계약의 경우 최대 보증금 1억6950만원에 월 임대료 25만5500원이 된다. 전용 74㎡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 보증금 1억3900만원에 월세 6만750원을 냈지만 재계약 시 최대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가 24만원이 된다. 입주민 B씨는 "전세 폭등으로 난리인데 LH가 서민을 지키기는커녕 집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임대료가 갑자기 인상된 이유는 이 아파트의 '임대보증금 증액 전환요율'이 급감하면서 월세 부담이 높아진 탓이다.
임대보증금 증액 전환율은 기존 임대보증금 외에 추가로 임대보증금을 납부하면 그 일정 비율만큼을 월 임대료에서 차감해 줄 때 적용한다. 임대 입주민들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일종의 할인제도다. 임대보증금 전환율이 높을수록 월 임대료 차감액이 커지기 때문에 월세 부담은 낮아진다.
LH는 이 아파트의 2019년 계약 당시 임대보증금 전환요율을 8.7%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전용 74㎡는 최대 추가 보증금 7300만원을 더 납부하면 매월 53만원가량이 차감돼 월 임대료 6만원을 내면 됐다. 그런데 LH가 올해 재계약부터는 전환요율을 5%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용 74㎡는 최대 추가 보증금 7300만원을 납부해도 전환요율이 낮기 때문에 매월 30만원가량만 차감돼 월 임대료는 28만원으로 올라간다. 전환할 수 있는 보증금 최대 한도를 8400만원으로 늘려도 월 임대료가 4만원 떨어지는 수준(24만원)이다. 입주민 C씨는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하면 6만원을 내던 월세를 30만원 가까이 부담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렇게 폭리를 취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했다. LH는 "해당 단지는 2019년 재계약 때 공가 해소·판매 촉진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전환요율을 상향했다"며 "이번 재계약 시 타 단지와 동일하게 전환요율을 환원하는 것이고, 해당 단지는 입주 시점부터 현재까지 기본 임대 조건을 동결해 운영해왔다"고 했다.
2017년 이 아파트가 입주할 당시 주민들은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가 비싸다"며 계약을 해지했다. 그 결과 공실이 발생했고 2019년 입주자들과 LH의 협의로 전환요율을 8.7%로 크게 올려 임대료를 대폭 낮춰준 것이다. 입주민 D씨는 "그때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주택을 살까 했지만 LH가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계약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들 마음대로 전환요율을 바꿀 줄 몰랐다. 그때 집을 안 산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든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국토교통부 고시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월세)를 상호 전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전환금액에 대한 금리(전환요율)는 사업시행자가 별도로 정할 수 있게만 규정했다. 은행 대출금리와 시장 전월세 전환율 등을 참고하라고 할 뿐, 모든 판단을 LH에 일임하고 있는 셈이다. 전환요율 하나만 바꿔도 LH가 임대차법상 규정된 전월세상한제(5%)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이선희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