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임대차3법 ② ◆
서울의 월세 거래는 임대차3법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어났다. 이는 1.42% 늘어난 전세 거래 증가율의 10배를 웃돌았다. 전국 역시 같은 기간 월세 거래가 10.8% 늘어나 전세 거래 증가율(3.4%)의 2배를 상회했다.
전세의 월세화는 임대차3법이 서민 주거 사다리의 틀을 위협한다는 해석이 많다. 무주택자들은 지금까지 통상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자가로 '주거 공간의 상향 이동'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집값, 전셋값 동반 폭등으로 코너에 몰린 세입자를 정부와 여당이 '월세 감옥'으로 등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가 매달 발표하는 전월세 거래 동향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법이 도입된 이후 월세 거래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전세 거래는 30만2286가구로 전년 동기(2019년 8월~2020년 4월) 29만8050가구 대비 4236가구 늘었다.
반면 월세는 임대차3법 도입 이후 22만7589가구 거래돼 전년 동기(19만8103가구) 대비 2만9486가구가 순수하게 늘어났다. 전국을 기준으로도 임대차법 이후 전세는 3만1900가구 늘어난 반면, 월세는 6만7551가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와 월세 증가 속도는 임대차3법을 계기로 180도 바뀌었다. 2019년 8월~2020년 4월에는 전년 동기(2018년 8월~2019년 4월) 대비 전세 거래가 2만3478가구, 월세가 4754가구 순증했다.
전국을 기준으로도 당시 전세계약은 8만1801가구 증가해 월세 거래 순증 규모인 4만1283가구의 2배에 달했다. 그러나 임대차3법 이후 전세 증가 속도는 줄어들고, 월세계약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팔라진 것이다.
특히 축적된 자본이 없어 주택 임차를 선택해야 하는 2030세대(20·30대)는 전세의 월세화의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전국 임차인(확정일자 부여 기준) 중 39세 이하 임차인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국토부가 발표한 주거실태조사에서도 만 20세에서 34세인 청년 가구는 자가 보유율이 17.2%밖에 되지 않았다. 무상으로 주거하는 5.3% 가구를 제외한 77.4%는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임대료 상승 더 부추길 3요인
① 6월부터 보유세 강화
종부세 증가분만큼 전가 가능성
② 전월세신고제도 시행
세원 노출돼 추가 稅부담 우려
③ 민간임대사업자 폐지
전월세 매물 줄면 가격은 상승
↑ 1일 전월세신고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지난해 정부·여당이 추진한 임대차3법 모두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게 됐다. 서울 송파구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 외벽에 임대차3법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1일부터 적용되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대표적이다. 종부세 일반 세율은 올해부터 기존 0.5∼2.7%에서 0.6∼3.0%로 인상된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는 기존 0.6∼3.2%에서 1.2∼6.0%로 인상된 세율이 적용된다.
종부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로 결심한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서울 답십리와 경기도에 아파트를 보유한 박 모씨(42)는 "임대 기간 만료를 앞둔 답십리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테니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상황"이라며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종부세까지 계산해 임대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세로의 전환도 빨라질 전망이다. 전세보다는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월세가 수익 창출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종부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는 집주인들은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거액의 전세보증금을 받는 것보다 매월 현금으로 받아 세금을 낼 수 있는 월세로의 전환을 당연히 선호한다. 서울 개포동과 서초동에 30평형대 아파트를 보유한 엄 모씨(74)는 "올해 종부세 부담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돼 오는 9월 보증금 7억원에 세놓은 서초동 아파트 전세가 만료되면 반전세로 바꾸려 한다"며 "현재 보증금 5억원에 1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데 9월까지는 시간이 남은 만큼 상황을 보고 금액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와 양도세 중과세가 결국 전세를 반전세로 또는 월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고 전월세신고제 시행은 전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오는 가을까지 공급 물량을 늘리지 못하면 전월세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전월세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변화도 예고돼 있다. 집권 여당에서 추진 중인 '매입임대제도 폐지'가 그것이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임대등록제도의 한 유형인 매입임대제도를 없애기로 가닥을 잡았다. 매입임대제도는 이미 지어진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제도다.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폭 등에 제한을 받지만 종부세와 양도세 등을 감면받을 수 있다. 특위는 매입임대제도를 폐지하면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매물로 쏟아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시장 전망은 정반대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현재 남아 있는 등록임대사업자 85%가량은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소유자"라며 "매물이 쏟아져도 정부가 원하는 아파트값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임대 수요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다가구·다세대 임대 물량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전월세 시장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민감한 규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진 현 상황은 결국 또 한 차례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
[김동은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