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임대차3법 ② ◆
인근 공인중개사는 "어차피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고 해도 집주인이 실거주를 하겠다면 방도가 없다"며 "전셋값 차이가 어디 한두 푼이어야지 수억 원 이상 뛰다 보니 집주인들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빈집을 매도하는 경우도 많지만 세입자가 이를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는 없다는 얘기다. A씨가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땐 부부가 모은 돈 4억원이 있어 2억원가량만 전세대출을 받으면 됐다. 그러나 최근 인근 전세 시세는 8억5000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나마 전세금만 올려준다면 대출을 더 끌어 쓰면 되지만 문제는 집주인의 반전세 요구였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65만원가량을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A씨의 부담은 더 커진다.
전세금을 8억원대 중반에 맞춰준다면 A씨 부부는 4억원을 빌려야 한다. 금리가 2.4%라면 매달 80만원이 나가고 2년간 총 1920만원을 이자로 낸다. 그러나 월세로 매달 165만원을 낼 경우엔 이보다 매달 85만원가량 더 부담하게 된다. 2년간 총월세는 3960만원에 달한다. 전세금을 올려줄 경우보다 2030만원이 더 나가는 꼴이다. A씨는 "부부 연봉 실수령액을 합하면 8000만원인데 월세로만 1년에 2000만원가량이 나간다"며 "남은 보증금 3억5000만원을 은행에 넣어도 금리가 1% 미만이라 이자가 겨우 350만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또래들의 심정을 나도 십분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집주인이라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다. 세금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에 임차인에게 월세로 전가할 수밖에 없다. 전월세신고제 도입으로 인해 임대소득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어차피 노출될 거니 월세를 제대로 받아서 세금 폭탄에 대비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한다면 다들 월세로 돌리지"라는 글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고액자산가로 극히 일부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계층·세대와 상관없이 전방위적이다. 종부세를 부담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실감하게 한다.
실제로 월세 가격을 나타내는 KB아파트 월세지수는 5월의 경우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5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