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받은 직원, 세금 낼돈 없어…오죽하면 회사에서 대출지원할 정도"

◆ 외면받는 K-스톡옵션 ◆
"직원이 벤처기업에서 인생을 바쳐서 일하면 최소 20억원, 많게는 100억원을 버는 사례가 나와야 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모두 창업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창업 후 산업용 원자현미경을 개발해 2015년에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상장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지만 상장 당시 매출액 200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이었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712억원, 영업이익 149억원의 초우량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파크시스템스도 창업 초기 핵심 인재들에게 스톡옵션을 부과했기 때문에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상장 전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를 보니 주식을 취득할 돈도 세금을 낼 돈도 없었다"면서 "결국 회사에서 돈을 빌려줘 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행사할 돈도 없는데 행사 후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행사 자체를 포기한다"면서 "이건 스톡옵션이라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가를 정할 때도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상증법)으로 평가해 그 가액 이상으로 행사하게 돼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행사 가격이 높게 책정돼 스톡옵션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