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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이 진행한 이스타항공 인수의향서(LOI) 접수 절차에 하림그룹 자회사인 팬오션이 참여했다. 하림그룹은 인수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이스타항공 세부 실사와 함께 공격적인 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이스타항공 매각전은 법원관리하에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자금 동원력이 강한 인수자에게 유리한 구조다. 스토킹 호스 방식은 기업을 매각하기 전 가계약으로 인수자를 내정한 다음에 경쟁 입찰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자를 찾는 인수·합병(M&A) 기법이다. 현재 지역 중견 업체가 가계약 관계에 있는 만큼 하림그룹과 같은 대형 기업이 의지를 보일 경우 6월 중순 본입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림지주는 연매출 2조원에 자산만 10조원에 달한다.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원이며, 팬오션이 보유한 순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1900억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는 그간 지역 중소 업체와 중소형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였다"며 "하림은 자금 동원력이나 자회사 팬오션과의 연계성 등 전략적 시너지가 있는 만큼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림은 STX그룹에서 분리된 팬오션을 2015년 인수하면서 물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팬오션은 철광석, 석탄, 곡물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에서 70%의 매출이 나온다.
팬오션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여기에 '화물항공'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여객기 20대를 보유하면서 일본, 홍콩, 대만, 동남아시아 등 중·단거리 노선 26개를 운항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사인 팬오션이 화물항공을 보유하게 되면 각종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하림지주는 서울 양재동에 도심첨단물류단지를 개발하는 등 물류 역량을 다각도로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림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코로나19 이후 항공여객과 항공물류 시장이 본격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인수의향서 접수에는 하림 외에도 크레인과 특장차를 제작하는 쌍방울그룹 계열사 광림과 일부 사모펀드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입찰 금액 규모, 자금 투자 방식, 자금 조달 증빙 등의 항목을 평가해 인수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입찰 금액은 평가 항목 중 가장 배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 최종 인수자가 선정되면 유상증자가 진행되고,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주식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대부분이 소각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자금난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중단했다. 기존에 인수계약을 맺었던 제주항공도 지난해 7월에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이스타항공은 이후 재차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하자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이스타항공의 가장 큰 장점은 서울~제주를 기점으로 한 알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완화되면 높은 탑승률을
다만 여객 업무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최우선 변제 대상인 임직원 임금과 각종 세금도 수백억 원에 이르는 단점이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자는 최소 1000억원대 이상의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진영태 기자 / 강인선 기자 / 강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