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임대차3법 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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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31일 서울시 송파구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재돼 있다. [김호영 기자] |
그런데 매도한 집값이 크게 오른 것도 속 쓰리지만 집주인이 계약 만료 후 갱신 계약을 하지 않고 본인이 실거주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인근 단지 신규 계약 전셋값은 이미 A씨 전세보증금의 두 배가 돼 전셋집을 옮기려면 수억 원이 더 필요하다. A씨는 집주인에게 전세를 더 살게 해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일종의 위로금으로 계약서에도 없는 30만원 정도 월세를 추가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집주인에게 실거주로 입주하지 말아달라는 일종의 뇌물인 셈이다.
전월세신고제 전면 시행으로 지난해 정부와 여당이 강행 추진했던 임대차3법이 모두 부동산 시장에 도입됐다. 이런 가운데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간 전세보증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서울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체결한 갱신 계약이 내년 7월부터 만기가 돌아오고, 통상 만기 6개월 전에 계약 당사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1년 안에 '전셋값 인상 폭탄'이 전국을 강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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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서울 자치구별 대표 아파트 단지들을 분석해본 결과 전셋값이 2배 이상 벌어진 곳이 속출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84㎡(13층)는 지난 11일 13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같은 달 1일 같은 전용 매물(16층)이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같은 단지 안에 같은 전용 매물의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같은 전용 매물이 하나는 11억7000만원(3층)에, 다른 하나(13층)는 6억원에 거래됐다.
이중 전세가격은 고가 전세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노원구 상계주공2단지 전용 32㎡는 사흘 간격을 두고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8층 매물은 1억2600만원에 거래된 반면, 5층 매물은 3억3700만원에 거래돼 2배 이상의 격차가 났다.
지난 3월에는 은마 전용 76㎡가 하나는 9억원(8층), 다른 하나(6층)는 3억78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단지별 현재 전세 호가를 감안하면 낮은 가격의 전세 계약은 갱신 계약, 높은 가격은 신규 계약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 형성 과정을 억지로 통제하려는 정부 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평가다. 신규 계약은 갱신 계약처럼 전월세상한제(5%)를 적용받지 않는데, 한 번 체결한 전세 계약에 4년간 묶여 있어야 하는 집주인으로서는 4년 후 가격 전망이 불가능해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올려 받자'는 심리가 작동한다.
갱신 물량이 모두 신규로 전환되면 전세 이원화는 잦아들겠지만 또 한 번의 전셋값 급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갱신권이나 전월세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이중 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며 "공급 정책이 가시화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이 생각하는 임대차3법을 통한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월세신고제로 인한 전세 물량 감소와 재산세 중과 등 새로 도입되는 정부 규제도 향후 전세가격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로 인해 전월세신고제는 전세 물량을 줄어들게 할 가능성이 크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세는 전세를 반전세, 월세 등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여당이 그나마 임대 공급의 숨통을 틔웠던 매입임대까지 폐지하면서 전세 시장은 당분간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임대차3법으로 인해 '한 아파트 두 전세금'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시장논리에 맞지 않게 전세금 인상폭을 강제하면서 역으로 신규 시장의 진입장벽만 키워 서민들 부담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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