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급락했다. 지난주 LG화학의 목표주가 반토막 보고서 쇼크에 이어 연타석으로 대형주의 주가가 휘청이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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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도 전 거래일 44조93억원에서 이날 42조2902억원으로 하루만에 1조 7000억원 이상 증발했다.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매도 리포트 영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쟁 과열이 예상된다며 삼성SDI에 대해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하향폭은 크지 않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SDI의 주식 787억원 어치를 팔았다. 지난 25일 이후 닷새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10년간 연평균 20%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익성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집중한데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EV 배터리 제조사들이 신규 진입자로 인해 경쟁 압력이 거세지면서 비교적 주가 상승이 제한적"이라며 "(배터리 제조사보다는) 전기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나 하위 부품업체에 더 비중을 둘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에 국내 기업 주가가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주 LG화학은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도 리포트 여파로 이틀새 시가총액이 6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CS는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30만원에서 68만원으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투자의견도 '매도'로 낮췄다.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하반기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큰 폭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모회사를 살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영향에 LG화학의 주가는 26일 7% 가까이 급락했고 이튿날에도 3% 이상 급락했다. 시가총액도 63조원대에서 56조원 규모까지 줄었다. 민훈식 CS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LG화학은) 업종 내에서 가장 비선호하는 종목"이라면서 "또 LG화학이 배터리 자체 조달 압력을 받는 가운데 오는 3분기 설비투자 확대 혹은 인수합병(M&A)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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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업황 과열을 지적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3만6000원대까지 추락하며 신저가를 찍었고 SK하이닉스도 한동안 부진한 주가 흐름을 나타냈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kissmaycr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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