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 = 한주형 기자]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3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제출한 전체보증금 미반환사고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신고된 총 5279건의 사고 중 4703건(89.1%)이 보증금 3억원 이하 계약에서 발생했다.
특히 서민들이 거주하는 보증금 1억~2억원 구간에서 미반환 사고가 2200건(4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억~3억원 사고도 1971건(37.3%)으로 파악됐다.
이에 소병훈 의원은 이날 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보증금이 적은 전월세 세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서울 5000만원 이하 등 현행법으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금액 이하의 전월세 계약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합의로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보증보험에 가입 시 보험료를 내야 한다. 소 의원이 단독·다중·다가구주택의 보증료율(0.146%)을 기준으로 보증금 금액별 보증료를 추산한 결과 보증금 3억원 임차주택의 연 보증료는 43만8000원으로 집주인은 월 2만7375원, 세입자는 월 9125원만 부담하면 된다.
↑ [자료 = 소병훈 의원실] |
다만 보증보험 의무가입의 경우 등록임대사업자 등이 비용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입법이 가능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개정안에는 집주인이 집을 타인에게 양도 시 이 사실을 세입자에게 알리도록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집주인이 임차주택의 소유권을 양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세입자에게 미리 임차주택 소유권을 양도할 의사가 있음을 알려주도록 하고, 양도계약이 체결된 경우 이를 계약체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세입자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국가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다. 이 돈은 모두 공적 재원으로 전세금을 떼먹고 잠적하는 집주인 때문에 피해를 입는 세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를 근절할 대책이나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HUG 자료를 보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대위변제 금액은 올해 들어 4월까지 1284억원(1월 286억원 2월 322억원 3월 327억원 4월 349억원)에 달한다.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과 사고 건수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각각 7만4319건, 808건이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기관이 우선 가입자(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민간에선 SGI서울보증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한다.
HUG만 놓고 보면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에서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6억원, 작년 4415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서울보증의 대위변제금까지 합산하면 이 액수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은 그나마 이들 기관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미가입 임차인들은 사실상 구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작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입법 논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HUG도 별도의 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채무 불이행자 명부 공개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후속 조처는 없었다.
보증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피보험자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의 이행을 보증하는 보험이다. 보험 가입자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증을 선 보험업자가 대신 채무를 갚는 구조다. HUG와 서울보증을 비롯해 조합·협회 32개, 공사·기금 26개, 은행 18개, 손해보험사 7개 등 80여 개 주체들이 보증 사업을 하고 있지만 세부 시장별로 독점·과점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왔다.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거절, 과도한 보증 수수료 요구 등 주택 관련 보증기관들의 '갑질'이 속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이 100조원대에 달하는 주택 임대차 관련 보증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오른 전월세 비용에 보증료 부담까지 더해져 속을 태우고 있다.
↑ 한 민원인이 서울 영등포구 HUG 지사를 찾아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위가 최근 보증산업 시장 분석 및 규제 완화 방안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개인보증은 서울보증, 주택보증은 HUG 등 몇 개 기업이 독점적 사업을 할 수 있는 구조"라며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보증 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연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주택보증, 금융보증, 개인보증 등 독과점 체제가 굳건한 영역을 주요 타깃으로 시장·규제 현황, 해외 사례 등을 종합 검토해 연내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여기에 이른바 '깡통전세'(전세금이 매매가를 추월)가 등장할 정도로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키려는 서민들이 스스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었고, 임대사업자를 상대로 한 임대보증금 보증보험도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오는 6월부터 보증금 6000만원 초과 또는 월 임대료 30만원 이상의 전월세 거래를 신고하도록 하는 '전월세신고제'까지 전면 시행될 경우 보증 시장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HUG의 보증보험은 전세보증금이 수도권 7억원 이하, 비수도권 5억원 이하일 경우 가입할 수 있다. 급격하게 뛴 전세금 탓에 가입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서울보증의 상품은 보증한도가 없지만 수수료율이 1.5배가량 더 높다.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며 서울보증에 가입하거나, 전세금 일부를 깎고 월세를 내는 '반전세'로 전환해 HUG 가입을 신청해야 했다.
HUG의 전세보증보험 수수료는 전세금의 최대 0.128%(아파트 기준)다. 서울보증은 0.192%로 더 높다. 5억원짜리 전세금을 기준으로 보면 2년 동안 각각 128만원, 192만원이 든다. 보험업법상 기준이 있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비교 대상이 없다 보니 이게 과연 적정한 수수료율인지를 확신하기 어렵다.
임대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주택보증보험의 수수료도 HUG는 0.099~0.438%, 서울보증은 0.026~1.046%다. 최고 수수료율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 임대사업자들
공정위 관계자는 "수익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시장 내 경쟁이 필요하다"며 "서울보증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보증보험 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했을 때의 효과를 분석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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