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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를 떨궜던 건설인이 있다. 건설회사가 망하고 경영자들이 구속된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한국 건설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후진적인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 김종훈 회장이 1996년 한미글로벌을 창업하고, 건설사업관리(CM)·부동산개발관리(PM)라는 어젠다를 건설업계에 제시하고 나선 계기였다.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25일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김 회장은 한국 건설업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상 마련에 여념이 없었다. 김 회장은 한미글로벌의 지난 25년을 '건설 선진화를 향한 도전사'로 평가한다. 그는 적극적인 해외 건설시장 개척, 그중에서도 국내 건설회사에는 그동안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으로 여겨졌던 선진국 시장 진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 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조3000억달러(약 2566조원)에 달하는 인프라스트럭처 부양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건설회사에 큰 기회"라며 "해외 건설시장 트렌드는 시공 자체보다 원가, 일정, 안전 등 시공 과정을 잘 매니지먼트(관리)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고, 한미글로벌은 개발과 인프라·에너지 사업 등 건설 관련 모든 부문에서 서비스가 가능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해외 건설시장 진출의 첫발을 뗀 한미글로벌은 오만 조선소, 사우디아라비아 IT콤플렉스(ITCC), 리비아 신도시, 알제리 신도시 프로젝트 등을 수주하며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이름을 알렸다. 한미글로벌이 진행했던 해외 프로젝트만 59개국, 국내외 2500개에 이른다. 지금은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한다. 미국 건설 주간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는 한미글로벌을 글로벌 10위권 CM·PM 회사로 평가했다.
해외시장 개척이 시작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직원만 3만~5만명에 달하는 미국·영국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 그룹 등 기라성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과 역량을 견줘야 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중동에 신도시 하나를 맡아 종합 관리하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경쟁에 나섰을 때 솔직히 '답이 안 나온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며 "당시 중동 시장을 선진국 시장으로 규정하고, 거기에 맞춰 현지 파트너사를 확보해 네트워크 능력을 높이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인수·합병(M&A) 전략도 병행했다. 2011년 미국 디자인·종합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오택(OTAK) 인수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미국 CM·PM 기업 '데이 시피엠(DAY CPM)'을 인수했다. 2019년에는 영국 건설·부동산 개발 서비스 기업 K2를 인수하는 등 해외 M&A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는 "중동에서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신도시급 메가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고, 우리 실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으로 10년 전 미국 회사를 M&A해 한계를 극복한 것이 한미글로벌에 큰 전환점이 됐다"며 "올해도 영국 의료 컨설팅 회사와 미국 친환경 에너지 업체를 인수해 회사 역량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향후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건설업계 화두로 '팀 코리아'를 꼽았다. 해외 건설시장이 투자개발사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PPP는 사업 참여자들이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 혹은 전부를 분담하고, 발생하는 손익을 지분에 의해 분배해 투자자금을 회수한 뒤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방식이다. 정부가 국내에서 추진하는 각종 민자사업의 해외 판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글로벌이 최근 리츠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미글로벌은 자회사인 랜드마크디벨럽먼트를 통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리츠 인가가 나면 부동산 자산운용사 역할을 할 수 있어 한미는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된다"며 "국내에도 포커스를 두겠지만 해외시장에서 창주 사업을 하는 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팀 코리아'에 앞서 건설업체부터 '원 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건축 설계, 시공, 전문업체, 자재·장비업체 등이 모두 참여해 프로젝트를 최적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이 창안해 업계에 보편화된 '프리콘'에 이해관계자 모두를 참여시키자는 구상이다. 프리콘은 건설 프로젝트 초기인 기획·설계 단계에서 원가와 공기, 품질, 안전 등에 관한 사항을 검증하고 관리함으로써 시공 과정의 오류나 변경 가능성을 미리 차단해 프로젝트 효율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김 회장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발주자와 건축 설계, 시공, 전문업체, 자재·장비업체가 모두 참여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에 성공하기 위해 최적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 선진화에 평생을 바친 건설인으로서 김 회장은 국내 주택 정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울 도심 내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풀고, 주택 유형을 다양화해 1인 가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10~20년 뒤에는 30평짜리 집과 100평짜리 집 가격이 같아지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며 "소형 평수를 적극 공급해
▶▶He is…
△1949년 경남 거창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 서울대 건축대학원(박사) △1973년 한샘건축연구소 △1984년 삼성물산 △1996년 한미파슨스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2017년 한미글로벌 회장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