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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7일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소위 '영끌족'과 '빚투족'에게 적신호가 켜졌다. 이 총재가 지금까지 금리 인상 여부, 특히 시기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럽게 발언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의 공개적 언급은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당장 채권 금리가 움직였다.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8%포인트 오른 연 1.162%에 거래를 마쳤다. 10년물과 5년물, 2년물도 각각 0.021%포인트, 0.035%포인트, 0.032%포인트 뛰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이미 지난해 7~8월 저점을 지나 상승하는 추세다. 채권 금리 등 은행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는 2.9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언급까지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은행권 대출 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홍석 신한 PWM잠실센터 팀장은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주택담보대출처럼 만기가 긴 장기채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급격하게 금리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변동금리 대출자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당장 대출 금리가 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대출을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는 이자비용 감소 효과와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대출을 내준 후 3년 내 조기 상환이 발생하면 상환액의 1%가량을 중도상환수수료 명목으로 부과한다. 여기에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새롭게 대출을 받으면 종전보다 대출 한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만기가 짧은 단기채 금리를 추종하는 신용대출이나 카드론 등의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김형리 NH All100자문센터 수석WM전문위원은 "대출을 최대한으로 받아 가상화폐나 주식 등에 투자했던 20·30대 빚투족은 보유 현금과 투자자산을 매각해 대출 규모부터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현재 받아놓은 대출 상환을 서두르거나 금리 조정을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기준금리가 현재 0.5%로 절대적으로 낮아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다면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도 위험 자산인 주식 투자가 가장 유망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높을 것"이라며 "전체 자산 중 30%는 예·적금을 포함해 현금으로 보유할 것"을 추천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 기업 이익 성장에 따른 실적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테크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김도원 하나은행 영업1부PB센터지점 팀장은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유동성이 미국으로 흡수되는 과정에서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주식 비중을 높여 놓는
금은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금 시세는 1g당 6만7837.5원이다. 올해 최저점(3월 말·6만1209원) 대비 2개월 만에 10.8% 올랐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