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가운데 1765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뜻한다. 코로나19 초기인 작년 1분기 말(1611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가계신용은 1년 새 153조6000억원(9.5%)이나 증가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현재 잔액은 1666조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으로 작년 4분기 말보다 34조6000억원 또 늘었다. 1분기에만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931조원)이 20조4000억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35조원)이 14조2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급증한 가계대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되면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커지는 이자 부담이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담대·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서민들 부담이 클 전망으로 보인다. 소득분위별 이자 부담에서 5분위인 고소득자를 제외한 중·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은 6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리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