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이 고급 브랜드 `써밋 더힐`로 시공할 흑석11구역 조감도 [사진 제공 = 대우건설] |
지난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개발 규제완화방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전타당성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 단계까지 서울시 주도의 '공공기획'을 전면 도입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도시건축혁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도시건축혁신은 2019년 3월 도시계획과 소관 사업으로 첫선을 보여 시범사업지 4곳을 포함해 총 11곳에서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도시건축혁신에 참여한 대표 사례로는 흑석11구역이 있다. 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에 속한 흑석11구역은 정비구역 지정(2020년 1월) 이후 사업시행인가(올해 3월)까지 끝내는데 1년2개월이 걸렸다. 서울 내에서 2000년 이후 추진위 구성이 이뤄진 434개 정비구역을 분석한 서울시 내부 용역에 따르면 같은 유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평균적으로 2년 8개월 가량 소요됐다. 기존 소요기간 대비 절반 넘는 시간을 아낀 셈이다.
사업시행인가 전 마지막 고비로 불리는 건축심의를 정비계획 고시 결정 후 3개월만에 넘긴 점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흑석11구역은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아 1509가구 대규모 단지인 '써밋 더 힐'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는 인근 대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1073가구)보다도 큰 규모다. 올해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소요기간이 줄어든 이유로는 자치구 정비계획 입안 업무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부서가 미리 들여다봐 보류 요인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을 결정하려면 심의를 3번 정도 거쳐야 한다. 보류 결정을 받는 경우 자치구 담당 주무관부터 서울시 담당 과장까지 다시 결재를 받아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주민동의율을 30%로 기존 대비 20%포인트 높인만큼 정비계획 수립을 빠르게 해 그간 막힌 재개발 사업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공기획을 도입해 통상 42개월 걸리던 절차를 3분의1(14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차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걸러질 문제라면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이는 오세훈 표 조직개편에 그대로 반영된 사항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도시계획국 내 팀 단위로 운영 중인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을 '도시계획지원과'로 재편해 위원회 지원 및 검토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은 각종 위원회 안건 상정 전 쟁점 사항을 요약·정리하는 부서다. 위원회가 열리면 소속 위원들은 담당 부서의 안건 설명을 들은 후 상임기획단 의견을 가장 먼저 듣게 되어있어 심의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로 꼽힌다.
공공기획을 받은 단지는 재개발 진행으로 인근 집값이 오르더라도 공공성을 확보한 만큼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그간 "공공 기여와 사회적 기여를 높이는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 우선순위를 부여할 뿐 아니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획은 조합이 그대로 사업시행 주체가 되는 민간재개발 형태로 운영해 공공직접시행·공공재개발과 차이점을 띤다. 공공재개발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시행자로 참여하지만 공공기획은 조합 단독시행으로 이뤄진다.
과거 뉴타운 광풍을 고려해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매년 공모방식으로 진행하는 점도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시는 각 자치구별 주택수급계획과 재개발현황 등을 토대로 연도별 공급목표를 설정하고 재개발 시급성, 자치구별 안배, 추진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구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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