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앞으로 국내외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투자 원칙을 국민연금도 도입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28일 국민연금은 제6차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투자제한전략 도입 방안(안)' '2022~2026 국민연금기금운용 중기자산배분(안)' '2022년 국민연금기금운용계획(안)' 등 세 가지 핵심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원장을 맡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ESG 투자 원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며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기금운용의 위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금위는 우선 탄소 배출 감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석탄 채굴·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제한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을 도입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군·기업군을 투자 가능 종목군에서 제외하는 투자 방식이다. 이형훈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국민연금은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은 2022~2026년 중기자산배분계획도 의결했다.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계획했던 대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16.8%인 국내 주식 투자 목표 비중을 2026년 14.5%까지 줄여야 한다.
기금운용위원회 개최
탄소배출 감축 필요성 공감
하반기 연구용역 거친 후에
석탄기업 투자제한 방향 결정
국내주식 비중 축소 방침 확인
올 16.8%서 2026년 14.5%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지난달에도 석탄 산업 투자제한전략 도입 여부를 논의했지만, 도입 방식 등에 대한 위원들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기업과 시장이 받는 충격을 고려해 기존 투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투자만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기금위는 일단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분야에 대한 투자 중단을 우선 결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기존에도 석탄발전소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투자하지 않던 분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상징적이고 선언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계와 시장의 관심은 국민연금이 석탄기업으로 분류되는 포스코, 한국전력 등에 대해 보유한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대목에 모아진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이날 공개한 탈석탄 선언문에서 "투자제한전략 적용을 위한 단계별 실행 방안은 대상 산업의 범위·기준, 대상 기업의 선정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하반기에 수행하고, 연구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기금운용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석탄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을 언제·어떻게·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뜻이다. 연구용역과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등 과정을 거치면서 석탄기업에 대한 정의부터 지분 축소·처리 시기, 방식 등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포스코,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등 석탄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이 지분 정리에 나설 경우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가에 악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해 초 "화석연료 관련 매출 비중이 25%를 넘으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서한을 포스코 등 국내 기업에 보내기도 했다.
기금위는 이날 '2022~2026 중기자산배분안'도 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안은 기금의 수익성·안정성 제고를 위해 매년 수립하는 5년 단위의 기금운용전략이다. 앞으로 5년간의 대내외 경제 전망, 자산군별 기대수익률 및 위험 등에 대한 분석을 반영해 기금의 목표수익률 및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다.
우선 기금위는 향후 5년간 목표수익률을 연 5.1%로 결정했다. 지난해 '2021~2025 중기자산배분안' 의결 시 설정한 연 5.2% 수익률 목표치보다 0.1%포인트 내려 잡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2026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국내외 주식 50% 내외 △국내외 채권 35% △대체투자 15% 등으로 정했다.
지난해 결정한 2021~2025 중기 계획과 큰 틀에서는 같지만 세부 비중엔 차이가 있다. 이날 국민연금은 자산군별 구체적인 목표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금위 참석자들에 따르면 국내 주식의 경우 올해 16.8%에서 내년 16.3%를 거쳐 2026년에는 14.5%까지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국민연금은 올해
[문지웅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