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세대 투자 보고서 ◆
"적은 돈으로 장기 투자해봐야 적은 돈이죠. 급등주 위험한 건 알지만 빨리빨리 굴려서 일단 시드(종잣돈)머니 규모부터 키워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이지혁 씨(24·가명)가 한 말이다. 그는 미국 시차에 맞춰 현지에서 유행하는 소형 주식을 하루 단위로 샀다 팔았다 하는 이른바 '단타족'이다. 이씨는 "이달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서 미국 환경서비스 업체 버텍스에너지 주식을 샀는데 100% 넘는 수익을 건졌다"면서 "또래 친구들이 사는 주식을 좇아 단기 매매하는 게 오히려 재테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20·30대 초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요즘 미국 소형 주식 단기 투자가 유행이다. 한때 한국 증시에서는 '국민 주식' 삼성전자, 미국 증시에서는 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 적립식 장기 투자가 유행처럼 떠올랐는데 올해 2분기(4~6월)를 전후해 분위기가 변하는 모양새다. 대형 기술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하거나 횡보장을 이어가면서 젊은 세대들 인내심이 그만큼 약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변동장세 속에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말이 불거진 이달 삼성전자 주가 수익률은 약 -2%이고 테슬라 수익률은 -8%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제한폭이 없는 미국 증시에서 소형 주식 위주로 단타 매매에 나서는 MZ세대가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MZ세대의 단타 매매 종목으로 떠오른 버텍스에너지는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하루 만에 124.16% 치솟아 주당 3.99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1월만 해도 0.80달러짜리 이른바 '페니 주식(동전주식)'이었던 버텍스에너지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이달을 전후해 2030 투자자에게 인기를 끌었고, 이들의 매수세가 몰려 주가가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서 한국 청년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이달 3~27일 주가 상승률은 193%다.
월스트리트베츠에서 청년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했던 게임스톱 주가는 이달 들어 57% 올랐다. 또 '제2 게임스톱'으로 떴던 미국 극장 체인 AMC도 이달 수익률이 무려 173%에 달한다.
젊은 층이 소형주 단타에 몰리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코인) 시세가 폭락한 탓에 주식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측면이 있다.
둘째는 기술 부문 대형 우량주 수익률 부진이다. 테슬라와 애플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와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형 주식 위주의 단타 매매는 투자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