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를 언급한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전경. [매경DB] |
정부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하나하나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정책들이 여당 주도로 면밀한 검토도 없이 쏟아진다는 우려도 많다. 시장에 엉뚱한 혼란만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일부 인사들은 언론이 문제를 확대 해석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당한 비판은 받아들여 국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28일 매일경제신문사가 민주당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을 뜯어본 결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는 정책들이 상당수 발견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급대책에 포함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다. 여당은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내부 분위기를 살펴보면 이번 방안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상태에서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민주당 발표를 국토부 담당자마저 알지 못하고 있었고 언론의 질문에 "확인해 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를 증축할 때 가구 간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좌우 확장이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베이(Bay·전면 발코니에 접한 거실 또는 방 숫자)'를 늘리기 어렵다. 옛 아파트는 대부분 2베이나 3베이인데 요즘 아파트는 3베이나 4베이를 많이 쓴다. 실제로 내력벽을 철거하지 못하는 리모델링 아파트들은 세로로 긴 '동굴형'이라 채광에서 비판을 많이 받는다.
이런 문제로 리모델링 업계는 정부에 '안전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허용을 요구해왔다.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 2016년 1월엔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안전진단 평가등급(B등급 이상)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가구 간 내력벽 '일부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2016년 8월 내력벽 철거 문제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처음엔 2019년 3월까지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 연구 용역을 수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작년 9월 초 국토부에 검증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토부가 발표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력벽 철거와 함께 리모델링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으로 꼽히는 '수직증축'도 여전히 정부 동의를 얻어내는 게 쉽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28일에도 "내력벽 철거나 수직증축과 관련한 규제 완화 문제는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내력벽 철거 등 리모델링 관련 문제는 여러 측면에서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며 "여당의 모호한 정책 신호는 1기 신도시 집값만 엉뚱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7월 이전에 등록한 기존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6개월 동안만 인정한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다.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때문에 집을 팔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물을 유도한다'며 양도세 혜택을 없앤 대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임차인이 있는 집을 실거주 용의가 있는 매수자가 사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계약갱신 6개월 전에 모든 매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기존 임차인이 갱신청구권을 쓰는 것을 막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다세대주택 등은 실거주 수요를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임대를 놓기 위해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기도 어렵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재산세 등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여당은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전면 폐지해 버렸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합산 배제도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추가 연장 없이 정상 과세할 방침이다. 다주택자가 될 요인이 현저히 떨어지는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6개월이라고 기한을 정한 것은 너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이 같은 어려움을 겪는 개인 임대사업자를 달래기 위해 내놓은 방안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은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시 6개월간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유지하는데, 세입자가 말소에 동의하지 않아 자진 말소를 하지 못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은 LH와 정책 조율 과정 없이 해당 내용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LH는 물건의 입지나 여건이 좋지 않으면 향후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살 수 없고, 입지나 여건이 좋은 물건은 너무 비싸서 매입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임대사업자 매물이 LH 매입 기준과 가격에 딱 부합한다는 보장이 없어 민주당 방안은 임대사업자를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