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발언 등 올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자 금융권의 후순위채·영구채 발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가장 빠른 지난 3일 영구채(신용등급 AA-) 발행을 위해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2100억원에 2940억원의 매수주문을 끌어모았다. 수요예측 유효경쟁률은 1.88대1을 기록하며 하나금융지주는 70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그 다음날인 4일 KB손해보험은 2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해 459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179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뒤이어 6일 우리은행은 3000억원 규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후순위채 형태로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에서 3900억원이 몰리면서 당초 제시한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인 70bp(베이시스포인트) 보다 낮은 50bp 선에서 모집물량을 전부 채웠다.
20일에는 KB금융지주가 조기상환콜옵션 5년물과(1600억원) 10년물(500억원)으로 만기구조를 짠 210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매수 주문 2940억원을 받았다. 완판에는 성공했지만 발행금리는 공모금리밴드 상단인 3.2%, 3.6%로 각각 결정됐다. 마지막인 24일 10년물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구은행은 15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면서 밴드 상단인 80bp에서 발행물량을 소화했다.
앞서 지난 27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자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며 "코로나19 전개 상황, 경제 회복 흐름, 속도, 강도 등을 지켜보면서 적절히 통화정책을 전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금융기관들이 꾸준히 후순위채·영구채 발행에 나서는 배경에는 자본적정성 개선 문제가 있다. 은행권은 연말까지 한시적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적용 유예 기간이 끝나면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보완자본을 확충해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보험회사들은 지급여력비율(RBC) 추가 하락을 막고, 금융당국 권고 수준(1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영구채와 후순위채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저금리가 지속되며 고수익 채권에 목마른 기관투자자들이 많다"라며 "양적완화 축소와 통화정책 정상화 우려로 완만하게 신용 스프레드 확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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