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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일인 지난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쿠팡의 IPO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AP = 연합뉴스] |
상장 후 주가하락으로 인해 재단의 쿠팡 투자는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아마존·트위터 다 팔고 현금 5000만달러 얹어 쿠팡 풀매수
26일 기관투자자 관련 투자 정보 사이트 웨일위즈덤닷컴에 따르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쿠팡 주식을 571만4285주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3월 11일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3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주가는 49.35달러로, 재단의 지분 평가액은 2억8200만달러(한화 약 3165억원)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주식 투자액 가운데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17개 보유 종목 가운데 12위다.
재단은 210억달러(23조 5473억원) 규모의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규모와 달리 포트폴리오는 단순하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자산운용사 버크셔 해서웨이(투자 비중 38.17%)와 남미에서 코카콜라를 유통하는 코카콜라 펨사(16.76%) 두 종목이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재단이 쿠팡 주식을 매입하면서 애플, 아마존, 트위터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것이다.
1분기 말 주가 기준으로 애플은 1억2240만달러(1372억원), 아마존 9353만달러(1048억원), 트위터는 1733만달러(194억원) 어치다. 3개 종목의 총 매도 금액은 2억3327만달러(2614억원)다.
애플, 아마존, 트위터 주식을 다 팔아 현금화한 자금에 5000만달러 가량을 더 얹어 쿠팡을 샀다는 의미다.
빌 게이츠 재단은 지난 2020년 1분기에 빅테크 3개 종목을 매수했다. 올 1분기까지 비대면 수요 확대에 빅테크 종목들이 크게 오르면서 애플은 52.0%, 아마존 63.0%, 트위터 38.6% 등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빌 게이츠 재단은 지난해 말 22개 종목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들 3개 빅테크 주식을 포함해 총 5개 종목을 전량 매도했다. 또 버크셔 해서웨이, 캐터필러, 캐내다 내셔널 철도, 월마트 등 9개 종목을 일부 매도했다. 지난 1분기에 빌 게이츠 재단이 산 주식은 코카콜라 팸사와 쿠팡이 두 종목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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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난 1분기 애플, 아마존, 트위터 등의 주식을 처분하고 쿠팡 주식을 매입했다. 사진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공동 의장인 빌 게이츠(사진 우측)와 멀린다 게이츠가 지난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에 패널로 나란히 참석한 모습. 부부는 이달 초 이혼을 발표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쿠팡 고평가 논란 끝날까
쿠팡은 공모가 35달러, 기업가치 630억달러(70조 6230억원)로 화려하게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63.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한때 공모가의 2배에 육박하는 69.00달러까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약세를 보이면서 3월말 49.35달러에서 4월 말 41.90달러까지 주가가 하락했고 지난 13일에는 공모가를 밑도는 30.65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최근 주가가 반등하면서 전날 40.14달러로 마감했다.
쿠팡 주가는 상장 첫날 최고점 대비 41.8%, 상장 첫날 종가 대비 18.4% 하락했다. 1분기 말 기준으로도 빌 게이츠 재단은 18.6% 수준의 손실을 입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과 손실액이 모두 예상치를 뛰어넘었던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의 반응은 엇갈렸다. 씨티그룹과 미즈호는 실적 발표 이후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지만 도에체방크는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끌어올렸다.
최근 쿠팡 주가가 40달러를 밑돌면서 사볼 만한 가격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내놓은 쿠팡의 평균 목표주가는 47달러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는 62달러인 반면 가장 낮은 목표주가도 39달러로 현 주가와 별 차이가 없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모틀리풀(The Motely Fool)은 "쿠팡의 외형 성장 능력과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한 견고한 시장지배력을 믿는다면, 5년 이상을 보고 이 주식을 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은 상장 초기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쿠팡의 주가매출비율(PSR)은 상장 첫날 기준 7.6배였다. 아마존의 3.3배, 이베이 3.2배, 알리바바 6.0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PSR이 높을 수록 매출액 대비 주가가 고평가돼있다는 의미다. 모틀리풀은 쿠팡의 현재 PSR이 4.6배까지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쿠팡의 주가가 여전히 프리미엄을 안고 있지만 소
미국 매체 마켓 리얼리스트(Market Realist)도 "쿠팡 주가는 매력적인 가격"이라며 "한국의 전자 상거래 산업에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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