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혼선이다. 종합부동산세 기준 상향 얘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꼭 그런 거는 아니라고 한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담을 덜어줄 거 같은 분위기가 보이더니, 이것 역시 아니라고 한다.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건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위에서 방안을 내놓을 거 같더니, 이 역시 결정을 미뤘다. 여당 대표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 90% 상향을 말하는데 원내대표는 와전된 것이라고 하니, 중구난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앞줄 왼쪽 세번째)와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네번째)을 비롯한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특위 1차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12 [한주형기자] |
그러나 논의 진행 상황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혹시 그동안 정부 여당에서 부동산 정책을 결정한 핵심 인사일수록, 그들에게는 '집값 안정'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믿음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거 같다는 의구심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 욕망은 자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생각과 행동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한다. 내 생각이 틀렸고, 그 생각에서 나온 행동 역시 틀렸고, 그래서 그 행동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은 좋은 사람, 옳은 사람이라기보다는 틀린 사람,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 같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걸 여간해서는 인정하지 못한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입안한 위정자들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크게 올렸다. 전월셋값을 잡겠다고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는 임대차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솔직히 나는 그들의 '선한 의도'를 의심한 적은 없다. '세금으로 투기 수요를 잡으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그들 믿음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그런 유의 정책이 참담하게 실패하는 걸 취재 현장에서 목도한 바 있다.
현 정부가 받아든 성적표 역시 참담하다. 집값과 전월셋값이 급등했다. 양도세 중과는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다. 집값에도 전가됐다. 보유세 중과 역시 전월셋값에 전가됐다. 임대차법 개정은 전월세 공급물량을 줄였다. 그 결과, 전월셋값은 폭등했다. 6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더욱 강화되면 최고 75%의 양도세를 물게 된다. 매물 잠김은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이쯤이면 정부 여당 안에서도 '세금으로 투기 수요 잡으면 집값 안정된다'는 정책이 틀렸다고 생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여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까지 받아들었으니, '이런 정책을 유지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정책 전환을 고려할 만도 할 거 같다.
그러나 정부의 기존 정책을 강하게 주장했으며, 그 정책 설계에 개입한 사람일수록 그게 어려울 것만 같다. 앞서 밝혔듯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좋은 사람, 옳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은 근본적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금 부과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자인한다면, 그들은 잘못된 정책으로 수많은 주택 실수요자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게 된다. 그 죄책감의 무게가 어찌 가벼울까. 평생의 짐이 될 것만 같다. 비록 선의에서 시작한 정책이라고 해도 양심의 가책으로 밤잠을 설칠 것만 같다.
결국 그들은 그 가책에서 벗어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할 것만 같다. 그건 그간의 정부 정책 방향이 옳다고 더욱 확신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은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믿고 투기 수요를 일으킨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율의 양도세와 보유세 부과를 끝까지 고수해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기존 정책을 끝끝내 고수하고 만다.
물론 이들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세상 무엇도 100%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건 없다. 나는 그들이 옳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0%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100% 분명하다. 우리 국민이 그들 신념의 실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전적으로 옳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들의 신념이 틀린 것으로 판명 나면 손해를 뒤집어써야 할 사람들은 국민이지, 그들이 아니다. 결국 잘못된 정책의 책임은 국민이 온전히 지게 돼 있다. 그렇다면 위정자들은 한 번쯤은 원점에서 자신들의 정책이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그들 정책이 옳다는 실증적 근거 없이 머릿속으로만 확신해 전체 국민들을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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