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 그랑자이 아파트 전경. [사진 제공 = GS건설] |
보통 대규모 단지들이 입주하면 전세 등 주택 임대차 시장에 숨통이 트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년 7월 말 임대차2법이 시행된 이후 나타난 전세 급감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거주 요건 등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들어가려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절대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서초구 등에서 대단지 이주까지 예정된 터라 전세 시장이 진정되긴 힘들다는 것이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입주 물량은 6038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하반기(4030가구)보다 49.8% 늘어난 수치다.
보통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해당 지역 임대차 시장은 안정세를 띤다.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집주인이 전월세 물량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근처 공인중개업소 얘기다. 일단 1000가구 이상 대규모 단지가 많지 않은 데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직접 입주하려는 주인이 늘면서 전세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에게 전화해 임대를 내놓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어쩌다 나오는 매물도 가격이 크게 낮지 않다. 실제로 디에이치 라클라스 전용면적 84㎡ 전세 시세는 18억원, 서초 그랑자이 전용 84㎡는 16억~17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서초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 전세를 주면 4년 동안 가격을 못 올리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주변 시세보다 깎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는 서초구에 943가구, 강남구에 499가구만 입주가 예정돼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강화된 재건축 규제가 입주 물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규제 등으로) 현 정부가 3~4년 전부터 입주 물량을 만들어놓지 않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6월 반포주공1단지 3590가구 등 이주가 예정돼 전세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6월부터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전세 물량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대단지 이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 물량이 더욱 부족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