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TF 전성시대 (下) ◆
상장지수펀드(ETF)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ETF 전성시대'가 열리자 신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운용사들이 올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품만 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된 ETF 476개(올해 4월 말 기준)의 5분의 1에 달하는 상품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 신한, 우리, 유진 등 ETF 점유율이 낮거나 처음 시장에 뛰어드는 중견 운용사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ETF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한 종합자산운용사 대표는 "2~3분기 상장을 노리는 상품이 적게는 60개, 많게는 100여 개에 달하는 것 같다"며 "상장 심사를 하는 한국거래소 창구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운용사 대표는 "당초 이달 중 4개의 ETF 출시를 검토했지만 거래소 심사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을 고려해 일부는 나중에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견 자산운용사들이 특히 주목하는 건 액티브 ETF다. 액티브 ETF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운용사가 직접 운용 전략을 구사하면서 지수 대비 초과 수익률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한 중견 운용사 대표는 "기존 패시브 ETF 시장은 2~3개 대형사가 장악하고 있지만 액티브 ETF 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시점이라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미래에셋·한국·타임폴리오 등 4개 운용사는 25일 회사당 2개씩 총 8개의 액티브 ETF를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운용사들의 ETF 경쟁은 공모펀드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가 부쩍 까다로워지자 은행·증권사들이 펀드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반면 ETF는 거래소에서 언제든 사고팔 수 있어 투자가 용이하다. 지난 13일 기준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은 약 59조원이지만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은 54조623억원에 그쳤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 들어 역전된 것이다.
한 대형 운용사 ETF 총괄 임원은 "거래소의 ETF 심사 병목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해당 부서의 인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5개 증권사 대표PB들이 추천하는 ETF
테슬라·애플 주가 주춤해도
기술주 ETF에 여전한 관심
철강·건설 경기민감주도 꼽혀
부동산으로 자금이동 추세
리츠·인프라도 눈여겨볼 만
하반기 백신효과 선진국 주목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관리를 담당하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지수 변동성에 베팅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보다는 국가·섹터로 차별화한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PB들은 고객들이 물가·금리 상승을 중요한 투자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에 대비해 경기민감주를 담은 ETF와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주택 리츠(REITs)·은행 관련 ETF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삼성·신한·한국·NH투자증권의 대표 PB들에게 향후 주목할 만한 ETF와 자산 배분 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을 문의한 결과, 상당수는 철강·건설 등 경기민감주를 담은 ETF도 유망할 것이라고 봤다. 5% 안팎의 배당을 노릴 수 있는 고배당 ETF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조영준 신한금융투자 TFC 서울금융센터 PB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는 ETF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더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을 모은 ETF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실물자산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INFL ETF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액티브 ETF로 꼽힌다.
인프라스트럭처나 부동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 실물에 대한 직접 투자는 쉽지 않지만 대신 리츠 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조혜진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갈 수 있는 부동산 간접 투자인 리츠 및 인프라 관련 투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 시기에는 약달러에서 강달러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달러 분산 매수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최근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를 꾸준히 매도하고 테마·국가별로 차별화한 ETF를 담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일례로 최근 건설 경기 회복 기대감과 건설 업종 실적 상승 기대감에 코덱스건설 ETF의 경우 올해 들어 29%가량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정국 삼성증권 압구정WM지점 PB는 "최근에는 섹터나 국가별 ETF로 투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대표적인 기술주에 투자할 수 있는 항셍테크지수 ETF 등을 찾는 수요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지점 PB는 "국내 투자자들은 그간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 치우쳐 있었다"며 "지수 등락이 이어질 경우 마이너스 복리 효과 등으로 수익률이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하고 중장기 유망 업종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 흐름이 주춤한 테슬라·애플 등을 담고 있는 미국 대형 기술주 ETF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세호 PB는 "상당수 고객들은 테슬라 등 미국 성장주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향후 기술주와 성장주보다는 저평가돼 있는 가치 섹터나 배당을 많이 주면서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는 섹터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상윤 미래에셋증권 명일동WM PB 역시 "애플 아마존 구글 등 성장주를 고점 대비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마이크로소프트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을 담은 ETF와 배당주 ETF를 같이 가져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 구간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증권·금융 관련 ETF도 유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정정국 PB는 "금리가 저점에서 상승 구간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는 금융주들이 실적을 견인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금융주는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수급을 받쳐주고 있고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역시 올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자산 배분 전략에 대해 정세호 PB는 "성장주나 경기민감주를 팔고 극단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례로 성장주 비중 20~25%, 경기민감주 25~30%, 가치 섹터 30~40%를 가져가고 현금도 함께 보유하면서 골고루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배당 여력이 큰 종목을 담은 ETF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영준 P
조혜진 PB는 "미국을 중심으로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의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며 선진국 주식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정범 기자 / 신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