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구성된 여당의 부동산특별위원회(부동산특위)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킴으로써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주거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주거권네트워크는 13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당은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고 쓴맛을 봐놓고도 패배 원인인 부동산 정책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며 전국민 절반에 달하는 주거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촉구했다.
앞서 12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특위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양도소득세 완화와 대출규제 완화 등을 검토할 방침을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부동산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여러차례 주장해 왔다.
이날 발언에 나선 이지현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종부세로 100만원가량을 납부하는 주택도 전체의 1.9%에만 해당된다"며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 양도세까지 완화하면 집값 폭등을 야기해 불로소득 혜택을 또 다시 다주택자들에게 몰아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청년 등 주거 약자들의 주거권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가은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건 빚을 져가면서 집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라며 "대부분 세입자인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전효래 나눔과미래 사무국장은 "비정규직·일용직 등으로 소득이 불안정한 취약계층은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주거급여를 현실화하고 임대주택의 양과 질을 보장해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정부와 여당이 약속했던 '주거 사다리'가 '빚의 사다리'였다고 지적하며 특히 세입자 비율이 높은 서울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요구했다. 윤성노 전국세입자협회 사무국장은 "소득이 상위 5% 수준임에도 서울 성동구 전세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회원도 있는데 전국 44%의 무주택자는 어떻겠냐"며 "평생의 노동소득보다 이번 정부 4년 동안의 불로소득이 더 많은데도 규제를 완화해 또 주택 소유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격"이라고 말
이날 회견은 참여연대,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나눔과미래, 전국세입자협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부동산특위 위원들에 면담을 요청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면담에 응해 시민 단체와 격의 없는 논의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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