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인플레이션 공포가 덮쳤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에 세계 증시가 출렁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과 코로나19 타격으로 침체된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팽팽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와 헤지펀드 업계 전설로 불리는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 등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으로 돈을 푸는 바람에 모든 자산에 거품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키웠고 백신 효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조짐이 보이자 풀린 돈의 역습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데 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겠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경제가 회복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 금융정책 당국자들이 대체로 이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인플레이션으로 증시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는 미국이 급격한 유동성 축소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의 흐름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경기가 좋아질 것이다. 원유와 철강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는 것도 이런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와 정보기술 등 코로나19 수혜 종목에서 경기 민감주에 눈을 돌
릴 필요가 있다. 이미 큰 흐름은 형성돼 있다. 주식 투자는 상승세를 타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전자 등 대형 종목은 전체 시장 흐름을 타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 않겠지만 중·소형에 투자할 때는 인플레이션 공포를 견딜 수 있는 산업 분야에 속한 종목이 유리하다.
[장박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