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진료 내용을 전산으로 보험사에 전송하는 것이다. 보험금 청구 절차가 복잡해 소비자들이 보험금 받기를 포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면서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나종연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실손 의료보험을 청구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보험금은 소액인데 서류 청구에 드는 비용이 크고 귀찮기 때문"이라며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면 소비자의 시간·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부장은 "환자가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했는지 묻고 비급여 진료를 권유해 수익을 올리는 의료기관이 실손 의료보험 계약과 관련이 없다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들은 연간 최소 4억장 이상의 실손보험금 청구 서류를 심사한다"며 "청구 전산화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 의료기관도 행정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이사는 "병원들이 민간회사들과 협의해 이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시행하고 있다"며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할 일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실손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종이 서류로 이뤄진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이 청구된 7944만건 중 0.1%(9만1000건)만 전산 청구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은 뒤 직접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보험금 청구 절차가 번거로워 보험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도 상당수다.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소비자와함께·금융소비자연맹이 지난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내 실손 의료보험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전체 중 47.2%에 달했다. 청구 포기 사유(복수 응답)로는 △진료 금액이 적어서(51.3%) △서류를 챙기러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 서류를 보내기 귀찮아서(23.5%) 등이었다.
2009년부터 지지부진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