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매경 DB]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을 통해 최근 국내 소매금융 사업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씨티은행은 일단 소매금융 부문 '통매각'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우고, 물 밑 인수자 찾기에 나선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은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체 매각, 일부 매각, 단계적 폐지 등 세 가지 옵션 가운데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앞으로 3, 4주 정도는 매수 의향자를 살펴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스탠다드차타드와 일본 미쓰비시금융그룹, 싱가포르 DBS은행 등이 미국 씨티그룹의 아시아지역 소매금융사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스탠다드차타드와 미쓰비시금융그룹, DBS은행, 싱가포르 OCBC은행 등이 씨티그룹의 아시아지역 소매금융사업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인수 후보군으로는 DGB금융그룹과 OK금융그룹 등이 꼽히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1조∼2조원 상당으로 추정되는 매각가와 높은 인건비 등이 '전체 매각'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이며 평균 근속연수(18년3개월)도 주요 시중은행들(15∼16년)보다 높다. 이 같은 변수들과 시장, 매수자 등 상황에 따라 한국씨티은행이 '통매각'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더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WM, 신용카드 사업 등을 분리매각하는 쪽으로 언제든 '출구전략'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 점포는 전국 36곳이다. 평균 연봉이 지난해 기준 1억1200만원으로 은행권 최고 수준인데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노사 합의로 폐기한 퇴직금누진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임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매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재로서는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사업 각 부문을 별도로 매각하는 '분리매각' 방식이 유력한 상황이다.
씨티그룹이 한국과 함께 소매금융 철수를 밝힌 호주에서 이 같은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의사가 있는 금융지주사가 나설 경우 소매금융사업을 통째로 매각하는 방식도 검토될 순 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해 고연봉 체계의 현 인력구조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만약 매각이 불발되면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한다. 노조측에서 가장 꺼려하는 방법 중 하나로, 지난 2013년 국내에서 HSBC 은행이 소매금융 업무를 중단하며 지점 11곳 중 10곳을 폐쇄하고 기업금융을 맡은 본점만 남긴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청산 인력이 2500명에 달한다. 지난 2014년의 경우 600명을 희망퇴직시키면서 기본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 명목으로 최대 60개월치 급여를 보장, 같은 방식을 취한다고 가정할 경우 인력 구조조정에만 1조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분리매각, 청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한국씨티은행은 내부적으로 '매각 목표 시한'을 별도로 설정하지는 않고 있으나 은행 안팎에서는 아무리 늦어도 연내에는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ifyoua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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