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매경DB |
2019년 수도권에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은 직장인 이 모씨는 지난달 차주별 DSR 40% 적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온 뒤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차주별 DSR 40%를 확대 적용해 2023년 7월에는 총부채 1억원이 넘으면 DSR 40%를 적용한다고 발표했죠. 이렇게 되면 이씨는 내년에 대출가능액이 1억원가량 줄어듭니다.
이씨는 "신용대출도 다 막아놔서 1억원을 어디서 빌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집에 들어갈 꿈에 설?�는데 이제는 절망이 됐습니다"며 "차라리 이럴 거면 분양을 안 받았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고강도 대출 규제에 분양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미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청약받은 사람, 노후 대비용으로 오피스텔을 여러 채 청약받은 사람들은 "DSR 40%를 갑자기 적용하면 현금 부자들만 분양받으라는 얘기"라면서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대출이 안 나와 (소유권이전) 등기도 못 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4개월 뒤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에 입주해야 하는 주부 김 모씨. 그도 잠을 못 자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분양받을 때는 DSR 규정이 없어서 안심하고 청약을 진행했는데 7월부터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에도 DSR 40%를 적용한다고 하니 비상이 걸렸습니다. 김씨는 "소득이 적어도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있어 청약을 받은 건데, 갑자기 DSR를 본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금융위원회는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정부가 이렇게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줘도 되나요?"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당장 7월부터 차주별 DSR 40%가 적용되는 6억원 초과 아파트는 서울 아파트의 83.5%, 경기도 아파트의 33.4%(2월 기준)에 해당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대부분이 이 규정에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 신용대출 1억원 초과에 대해 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
DSR(Debt Service Ratio)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뜻합니다.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그러니까 DSR가 0%에 가까우면 빚이 거의 없다는 얘기고, 100%에 가깝다면 번 돈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쓴다는 얘기입니다.
현재까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DSR 40% 규제가 적용됐습니다. 비규제 지역에서 대출을 받거나, 연소득 8000만원 미만인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조건만 맞으면 대출이 나왔습니다. 이 경우는 DSR 40% 규정을 안 봤으니, 소득 대비 초과한 금액을 대출받아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정부는 이렇게 일부에만 적용된 DSR 40% 규정을 거의 다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7월부터 전 규제 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혹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합니다.
즉 내가 수도권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산다면 원래는 DSR 40%는 넘겨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래서 연소득이 낮더라도 주택담보대출 허용선에서, 즉 투기과열지구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LTV 40%이더라도 DSR 40%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를 적용합니다. 즉, 내가 가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등 전체 대출을 합쳐서 2억원이 넘는 사람은 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이 됩니다. 2023년 7월부터는 그 금액이 더 줄어서,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시 DSR 규제를 적용합니다.
특히 신용대출이 있다면 DSR 한도는 꼭 유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정부는 DSR 산정 시 신용대출 원리금 상환 기간을 단축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신용대출은 만기가 몇 년이든 은행에서 DSR를 계산할 때 10년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앞으로 이 기간을 짧게 잡겠다는 뜻입니다. 당장 7월부터 신용대출은 만기는 7년,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계산한다는 겁니다.
오피스텔,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 취급 시에도 2023년 7월부터는 DSR 40%를 적용합니다. 그동안은 오피스텔이나 토지를 대출받을 때는 별도로 DSR를 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오피스텔 대출도 DSR 40%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게 됩니다.
소득이 아주 높지 않은 이상 아파트 외에 오피스텔을 추가로 분양받은 사람들은 대출가능액이 확 줄어들 것입니다. 특히 오피스텔을 여러 채 분양받은 사람이라면 대출액 축소로 잔금 마련을 고민해야 합니다.
2년 뒤 입주 예정인 경기도 한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이 모씨는 "오피스텔은 LTV 40%와 DSR가 적용되지 않아 투자용으로 받았는데 이제 와서 DSR 40%를 적용한다고 하니 황당하다"면서 "갑자기 내 소득이 늘어도 잔금 때 대출이 안 나올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습니다.
아파트 청약을 준비하는 분은 더욱더 DSR 규제를 꼼꼼히 파악하고 본인의 DSR 한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난 2월부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에서 당첨되면 실거주의무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입주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야 할 때 DSR 40% 초과에 걸려 가능한 대출액이 줄어들면 전세를 놓을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2023년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시 DSR 40%가 적용되기 때문에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채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집값 안정화라는 목표에 따라 수시로 대출 규제를 바꾸면서 실수요자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은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시장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음은 차주별 DSR 규제에 대한 주요 궁금증입니다.
Q. 4월 계약했고 잔금은 7월에 치를 예정입니다. DSR 40% 적용되나요.
A. 대출 신청일 기준입니다. 대출 신청일이 7월 이후라면 DSR 40%가 적용됩니다.
Q. 분양받은 아파트가 2023년 7월 이후 입주여서 그때쯤 잔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바뀐 DSR 40% 규제가 적용되나요.
A. 네. 규제 시행(DSR 확대 적용) 이후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은 강화된 DSR 규정이 적용됩니다. 많은 실수요자분이 정책 발표 전에 계약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을 둘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부가 어떠한 방침을 밝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앞서 2020년 6·17대책 당시 조정대상지역의 LTV를 축소할 때도 분양 아파트의 잔금 대출에도 강화된 LTV를 적용한다고 해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이후 수분양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한 달 뒤 정책이 수정돼 '종전 규정'이 적용되는 예외를 뒀습니다. 그래서 잔금일이 7월 이후인 분양권 소유자들은 본인들이 맺은 분양 계약에도 경과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큽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도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지켜보는 상황입니다.
Q.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중도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중도금 대출은 DSR에 포함되나요?
A. 중도금 대출은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3억원짜리 전세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데 DSR가 적용되나요.
A. 전세자금 대출, 예적금 담보 대출, 보험계약 대출과 정책 상품(서민금융상품 등), 300만원 미만의 소액 대출은 차주별 DSR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DSR 계산할 때도 전세자금 대출은 포함되지 않고, 전세자금 대출을 받으려 할 때 DSR 40%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Q. 기존에 이미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곧 만기가 됩니다. 연장하려 할 때 DSR 40% 초과가 될 텐데 대출을 다 상환해야 하나요.
A. 제도 시행 전에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던 차주가 기존 신용대출 기한을 연장하는 경우와 금리 또는 만기 조건만 변경되는 재약정에는 이번에 발표한 DSR 40% 전면 시행 규정이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Q. 추가로 돈 빌릴 방법은 없나요.
A.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이 통합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이미 DSR 40%를 넘었다면 추가로 대출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DSR 산정에서 제외되는 예적금 담보 대출, 보험계약 대출은 가능합니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줄어든 대출 여력의 차이를 예담대와 보험계약대출로 메울 수 있습니다. 예적금액은 95%, 보험계약 대출은 해약환급금의 95% 선에서 대출이 가능합니다.
DSR 계산은 대출을 받을 때 필수적인 절차인 만큼 꼭 은행에서 나의 소득 대비 가능한 대출금액을 미리 파악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