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증시 투기매매 경고 ◆
미국 당국의 규제 움직임은 미 청년 개미 등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한국의 서학 개미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 금융당국이 로빈후드 앱과 공매도 규제를 본격화할 경우 단기 급변동주 투자 관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학 개미들은 공매도 사태의 대표격인 게임스톱을 비롯해 AMC, 마이크로비전, 오큐젠, 스킬즈 등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임 위원장은 개인 단기 매매와 공매도 투자에 대한 증시 규제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출신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한 데 이어 SEC의 경고음이 잇따르자 2030 청년 투자자들이 집중 매수해온 '밈 주식'(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 끄는 종목) 주가는 빠르게 떨어졌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3D이미지센서 기술기업 '마이크로비전'의 주가가 5.97% 급락해 1주당 14.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고점을 기록한 지난달 26일 대비 7거래일 만에 주가가 절반에 가까운 45.23% 떨어진 상태다. 같은 날 온라인 게임 사용자 네트워킹 서비스 업체 '스킬즈'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선 안구 치료 분야의 바이오업체 '오큐젠'은 각각 8.73%와 12.79% 급락했다. 겐슬러 신임 위원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두고 사전 준비서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광풍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라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비전 등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2030 서학 개미들 사이에서도 최근 부쩍 인기를 끄는 단타(단기 매매) 종목이다. 최근 들어서는 특정 종목이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주식 토론방이나 스톡트윗 등에서 주목을 받으면 중개 수수료 무료 앱 '로빈후드'를 통해 집중 매수가 이뤄져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투자 인플루언서' 유튜버를 통해 소개돼 한국 투자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종 매수에 나서는 식의 거래가 두드러진다. 이런 유의 종목은 '밈 주식'으로 불린다. 청년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온라인을 타고 유행하는 종목이라는 의미에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문이 돌 때 사서 뉴스에 팔자는 식의 단기 매매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주가가 급등한 테슬라와 애플 등 대형 기술주와 달리 최근 뜨는 '밈 종목'은 중소형주다. '대형 기술주식-기업공개(IPO) 상장주식-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주식'에서 바이오·기술 부문 '소형 주식'으로 투자 유행이 빠르게 옮겨 간 결과다. 한국은 4월 1일~5월 5일 한 달여간 국내 투자자 상위 매수 종목에 '공매도와의 전쟁터' 게임스톱이 5위(2억3684만달러·약 2666억원)에 오른 데 이어 스킬즈가 9위(1억8250만달러), 마이크로비전이 20위(1억3351만달러), 오큐젠이 24위(1억482만달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월가 목표 주가도 제대로 제시되지 않는 중소형주인 데다 주가가 급등락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례로 5일 월스트리트저널 집계를 보면 마이크로비전에 대해 목표 주가를 제시한 전문가는 두 명뿐이며 이들이 제시한 공통된 목표치는 0.25달러로 현재 시세(14.48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스킬즈는 평균 목표가격이 27달러로 현재 시세(15.48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목표가를 제시한 전문가는 6명이다.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테슬라는 37명이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밈 투자가 집중된 종목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폭락한 지난달 19일 이후 급등했다가 가상화폐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이들 종목 매수세가 시들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식의 특징도 감지된다. 일례로 마이크로비전과 스킬즈는 별다른 이유 없이 4월 26일 각각 26.44달러와 21.16달러의 고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7거래일 만에 각각 45.23%, 26.84% 폭락했다. 4월 26일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급반등세를 보인 시점이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 동향을 보면 해당 종목 매수세는 4월 19일 이후 빠르게 늘었다.
다만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성적은 좋지 않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5일 미국 밴더리서치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기술주 폭락 사태가 벌어진 지난 3월 8일 이후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평가 손익은 마이너스 상태다. 해당 날짜에 총 1700억달러(약 191조4200억원)의 평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후 1230억달러를 다시 회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470만달러(약53억원)의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기업가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미국 소형주에 섣불리 투자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찰스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개인투자자들이 로빈후드 유혹에 넘어가 경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