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N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 모습 [사진 = 김영 기자] |
국토교통부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공시가격과 함께 공개된 산정 기초자료는 크게 공시가격과 주택특성자료, 가격참고자료, 산정의견 항목으로 나뉜다. 주택특성자료는 주변 교육·공공편익·교통시설이 표시된 '주변환경'과 용도지역·가구수·주차대수·건폐율·용적률 등을 포함하는 '단지특성', 동일 면적 가구수와 방향 등을 담은 '세대특성'으로 구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동주택 소유주들은 공시대상 주택의 특성정보, 가격산정 참고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며 "기초자료는 작년 세종시를 대상으로 시범 공개한 이후 전국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 기초자료에 포함될 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정의견란에는 '가격형성요인과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시세 대비 공시가격) 계획에 따라 시세변동률과 현실화제고분을 반영해 결정했다' 등 두루뭉술한 서술만 나열돼 있다.
↑ 산정 기초자료 [사진 = 국토부] |
가격참고자료에는 공시가격 산정에 참고한 실제 거래 사례의 계약일자와 금액, 부동산테크의 상한가, 하한가 정보가 적시된다. 해당 단지의 같은 면적 주택이나 인근 비슷한 주택의 실거래 사례가 들어 있는데 주변 비슷한 주택이 언제 얼마에 거래됐는지 확인해 공시가격 산정 기준을 추정하라는 취지다. 한국부동산원이 관리하는 주택 시세정보 사이트 '부동산테크'의 올해 1월 기준 상한가·하한가 정보도 가격참고자료에 들어 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해당 주택 거주자에게는 상식 수준이고, 누구라도 검색 몇 번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들로 채워져있다"며 "이런 근거가 어떤 방식으로 공시가격에 반영됐는지가 중요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가구별 기초자료를 단기간에 제작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국토부 측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초자료는 조사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해 기계적으로 추출한 것"이라며 "전국 1400만여 가구의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개별 작성하는 것은 매년 공시가격을 발표하는 현재 일정에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주택 특성자료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단지 주변환경과 단지 자체의 특성(경과연수·용도지역·건폐율·용적률 등), 가구 특성(동일면적 가구 수·방향 등) 등을 담았는데 이는 건축물 대장 혹은 부동산거래계약 때 첨부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서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정도 기초자료만으로는 공시가격에 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서울 은평구 불광동 대원연립 77.19㎡(1층)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2억8400만원에서 올해 10억4900만원으로 크게 올랐는데 산정의견에는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고만 명시돼 있다. 지난해 주변에서 15억원과 16억원에 거래된 사례만 나열했을 뿐 '재개발 기대감'이나 '실거래가 급등'과 같은 설명은 찾을 수 없다.
한 단지 내에서 같은 층 비슷한 면적인데도 공시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단지도 쉽게 찾을 수 있으나 그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 서초구 반포훼밀리아파트의 6층에 있는 주택 중 84.63㎡는 9억6700만원인데 다른 동 84.12㎡ 주택은 8억8100만원으로 8600만원 차이나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갈렸다. 두 주택의 방향은 똑같은 서향이고 모두 같은 단지 내 비슷한 면적의 주택 거래 사례를 참고했는데 공시가격이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실거래 정보가 적은 경우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는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0.52㎡ 주택이 지난해 12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공시가는 무려 15억3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122.1%나 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 아파트가 작년에 준공된 단지여서 실거래 자체가 없다며 주변 시세의 근거로 마제스타시티 아파트를 들었다. 이 단지에 있는 59.97㎡ 중 10층 주택이 작년 11월 16억2500만원에, 6층 주택은 작년 6월 15억8500만원에 거래됐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마제스타시티에는 전용면적 80㎡ 가구가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개하기로 한 자료가 공시가격 산정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할 만큼의 정보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공시가격에 대한 논란이 워낙 큰 만큼 정부가 더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 근거로 인근 단지의 고가 거래 사례를 든 것에 대해 마치 '옆 동네 아파트가 몇억원대를 넘겼으니 우리 아파트도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집값 담합 문구와 무엇이 다르냐는 냉소도 나온다.
정작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핵심 정보인 단지별 '적정가격'과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세가 같은데도 공시가 차이가 생기는 주된 원인은 적정가격과 현실화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주택 소유주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오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9.07% 상승했다. 서울은 이 보다 높은 19.89%이며,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 세종의 경우 무려 70.25%에 달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올라 세금부담이 커지자 공시가격을 낮춰달라는 이의신청도 역대급인 4만9601건에 달했다. 이는 작년 3만7410건보다 32.5% 급증한 수치다. 특히 올해는 서울 강남권 뿐 아니라 노원구, 성북구 등 강북권의 단지들도 국토부에 항의공문을 보내는 등 크게 오른 공시가격에 대한 반발 기류가 거셌다.
전문가들이 공시가격 근거 자료가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모든 아파트의 공시가격 근거를 일일이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대단지 중심으로 기준 실거래가와 현실화율 산정 자료를 현행보다 폭넓게 밝히면 투명성이 보다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한국감정평가학회장)는 "산정근거로 활용한 적정시세가 얼마인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최소한의 산식을 공개해야 하는데 여전히 일관성도 없고 원칙도 없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도 "정부가 공개한 정부 수준은 건축물대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수준"이라며 "공시가격 산정의 수요자 이해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의 주택 공시가 산정 근거가 된 적정
의견제출 기간이 끝나고 공동주택가격이 결정·공시되더라도 5월 28일까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재조사가 가능하다. 변경이 필요할 경우엔 반영돼 6월 25일에 최종적으로 조정·공시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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