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기업들 美상장 채비 ◆
쿠팡 상장 실무를 맡은 주관사단에서는 공모 흥행 요인으로 치밀한 준비를 꼽는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로드쇼(NDR)를 통해 현지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분석했다.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펼치지 않는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빛을 발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현지 투자자들과 불편함 없이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의 돌발성 질문에도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영어 구사력이 탁월하다. 한국 최고경영자(CEO)가 통역 없이 로드쇼를 직접 소화한 것은 쿠팡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한 주관사단 관계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진행되는 로드쇼는 국내에 비해 질의응답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편"이라며 "김 의장은 이런 방식의 로드쇼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장 시 수반되는 비용도 고려 사항이다. 당장 상장 유지비부터 부담 요인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상장 기업 한 곳에 매년 5만~6만달러의 유지비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부과금은 연 120만~5000만원이며 시가총액에 따라 부과금을 차등화했다. 나스닥의 상장 유지비는 발행 주식 수에 따라 4만4000~7만9000달러인 반면 코스닥시장의 연 부과금은 200만원을 밑돈다. 상장 등록비와 주관사, 자문사 선임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간극은 더욱 커진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야놀자' 공모금액을 5000억~1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국내 상장 비용은 100억~120억원, 뉴욕 상장 비용은 600억~1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란 자체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상장 이후 위험 요인도 헤아려야 할 변수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쿠팡이 뉴욕에 입성했다는 것만으로 부족한 기업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미국을 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비용 부담과 뒤따르는 위험이 큰 만큼 회사 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상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쿠팡 시초가는 상장 당일 공모가(35달러) 대비 41% 오른 49.25달러였으며 15일엔 50.4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 21일까진 40달러대까지 하락했으나 현재는 다시 오르는 추세다.
[강우석 기자 /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