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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 속에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던 시절이었죠.
자전거는 그나마 사회적 거리를 두며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어린이 자전거를 사러 나섰습니다. 당시는 아마존은 물론 월마트, 타겟 등 대형 유통 채널마다 자전거가 씨가 말랐던 시기였습니다.
월마트 앱에 재고가 있다고 뜨면 차를 타고 30분씩 달려갔지만 허탕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왜 앱에 뜨는 정보와 다르냐고 물어보면 월마트 직원은 "창고에 있는 상태인지 반품 상태인지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무책임한 답변을 늘어놓던 시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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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뉴저지주에 있는 한 월마트 매장 내 바이크샵 모습. 전례없는 자전거 공급난으로 월마트 자전거 매대가 몇달 동안 이렇게 텅빈 상황이 계속됐었습니다. [박용범 특파원] |
이렇게 몇 주를 허탕을 치다가, 온라인에 허위 매물을 올린 업자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TREK와 자전거 브랜드샵은 물론 REI 등 스포츠 전문용품점에 가도 자전거는 정말 구경하기 힘들었죠.
그 때 제가 처음 가본 곳이 딕스 스포팅 굿즈(Dick's Sporting Goods)라는 곳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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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딕스 매장 입구 모습 [박용범 특파원] |
그래도 딕스 매장 직원은 주문을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해보겠다는 답을 해준 것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이제 자전거 공급난은 해소되면서 유통채널마다 자전거 재고는 충분해진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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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현지시간) 주문받은 자전거를 조립해 인도를 기다리는 뉴저지주 패러무스 딕스 매장 내 자전거들 [박용범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뉴욕지역의 낮기온은 23도까지 올라가며 올해 들어 가장 따뜻한 날이었습니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40% (1회 이상 포함, 2회 기준 26%)를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위기 이전 삶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상 생활이 정상화되고,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사람들이 지갑을 여는 곳이 있습니다. 운동, 캠핑, 낚시 등이 대표적인데요.
딕스는 이런 활동들을 위해 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 미국 전역에 걸쳐 854개 매장을 운영 중인 딕스. [자료=딕스 IR자료] |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딕스 매장을 오랫만에 찾았습니다. 테니스 라켓을 사기 위해서였는데요.
매장에 오랫만에 들렸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늘 한산하기만 했던 매장이 붐비는 모습 때문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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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딕스 매장이 붐비는 모습 [박용범 특파원] |
스포츠용품 분야 시장조사기관인 SGI(Sporting Goods Intelligence)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스포츠용품 시장 규모는 약 1200억달러로 추정되는데요.
크게 의류, 신발, 장비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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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딕스 매장 내 의류 제품 판매대 모습 [박용범 특파원] |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홈트 열풍 등으로 스포츠 시장은 계속 성장, 2020년에는 다소 시장이 커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딕스는 이 시장 점유율이 약 7%로 미국 내 1위를 달리고 있죠. 지난해 95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9.5% 성장했습니다.
매출 성장세는 ▲2016년 3.5% ▲2017년 -0.3% ▲2018년 -3.1% ▲2019년 3.7%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2020년 큰 폭의 성장세를 그렸습니다.
↑ 지난해 큰 폭의 성장세로 반전된 딕스의 연도별 매출 [자료=딕스 IR자료] |
거센 디지털 물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모바일 판매가 전년대비 125%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2016년(11.9%), 2017년(12.4%), 2018년(15.0%), 2019년(16.3%)로 서서히 높아지던 전자상거래 비중은 2020년에 30.0%로 급성장했죠.
↑ 팬데믹을 계기로 온라인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진 딕스 [자료=딕스 IR자료] |
몇몇 제품을 통해 딕스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직접 살펴봤는데요.
테니스 라켓의 경우 아마존보다 결코 싸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배송을 기다릴 시간이 없고, 급하게 물건이 필요할 때 딕스는 정말 유용한 구매처였습니다.
또 스포츠용품 특성상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해야할 필요가 큰데요. 딕스의 드넓은 매장에서는 이런 체험이 가능한 장점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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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것이 필요한 트레드밀(러닝머신)과 같은 운동기구도 판매하는 딕스 [박용범 특파원] |
모든 유통채널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BOPIS(Buy Online/Pickup In Store) 서비스 이야기인데요.
BOPIS 란 코로나 시대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매장에서 픽업하거나 매장 근처에 차로 가서 이메일 등을 보내면 점원이 물건을 갖고 나오는 서비스입니다.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 소개했던 빅랏츠(BigLots), 노드스트롬 사례에서 설명드린대로 이제는 BOPIS 적응도가 유통기업의 경쟁력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BOPIS가 중요한 이유는 물건 픽업을 위해 매장을 찾은 사람이 추가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딕스는 지난해 커브사이드 픽업(주차장에서 물건 픽업)과 BOPIS 매출이 전년대비 350%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특수를 보기는 했지만 이런 추세를 잘 유지할 지가 관건입니다.
이런 서비스는 자체 서비스보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서비스와 제휴하는 것도 필수적인데요.
딕스는 150여개 이상 매장에서 '장 보기 대행' 앱 대표 서비스인 인스타카트(Instacart)와 협력 중입니다.
시장분석 커뮤니티인 시킹알파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27명 중 9명(33.3%)은 적극 매수, 3명(11.1%)은 매수, 12명(44.4%)은 중립, 2명(7.4%)은 매도, 1명(3.7%)은 적극 매도 의견을 제시 중입니다.
딕스는 20일(현지시간) 전일대비 1.70% 하락한 82.8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해 3월 21달러까지 하락했다가 4배 가까이 오른 셈인데요. PER(주가수익비율)가 14.5배에 이르고 있어 지나치게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딕스가 디지털 전환 궤도에 성공리에 안착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주가를 좌우할 거 같습니다.
[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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