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독일 제조업체 지멘스에 현대로템 철도 사업부문을 일부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에 나섰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지멘스에 현대로템 철도사업부를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검토 단계를 거쳐 오는 5월 사업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이번 딜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주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는 현대로템의 최대주주로 작년 말 기준 지분 33.77%를 보유했다. 2대 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 5%를 들고 있다. 20일 종가 기준 현대로템의 시가총액은 2조3356억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지분가치는 1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현대로템의 주력사업은 방산, 철도, 플랜트로 매출 절반을 차지하는 철도 부문이 부진한 실적에 시달려 왔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부문은 지난해 영업적자 116억원, 2019년 2595억원, 2018년 417억원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철도 부문 신규 수주 물량도 2019년 1조6878억원에서 지난해 1조1818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로템 보유지분 전량 및 경영권 매각 대신 전부가 아닌 철도 사업부문 분리매각이란 형태를 취한 이유는 외국인은 방산업체 보유 지분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45조에 따르면 방산업체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며, 외국인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하다. 설령 방산업체 대주주가 된다고 해도, 방위사업청 등 관계부처 검토 절차 및 최종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득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5년 두산그룹 방산업체인 두산DST 인수전에 2대 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인수후보로 거론되면서 논란
일각에서는 철도 사업부문을 분리매각하는 방안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과거 막대한 공적 자금을 동원해 프랑스 알스톰으로부터 고속철도 기술이전을 받은 현대로템은 여전히 KTX 차량 제작 등에 있어서 독점사업자 지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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