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023년까지 총 1900억원을 투자해 질산 생산능력을 현재(12만t)보다 4배가량 많은 52만t으로 증설하겠다고 19일 밝힌 바 있다. 질산은 비료, 염료 매개체, 화약류 등 다양한 화학물 제조에 사용되는 무색 액체로 상당 부분 한화그룹 내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한화의 질산 투자 계획에 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질산 증설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게 됐고, 반도체·전자소재 등 신소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으며, 탄소배출권 등 친환경 사업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안정적인 방산 사업에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항공우주 사업 등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성장성이 강화되고 있다"며 "질산 설비 증설을 통한 자체 사업 강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으며, 1석 3조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증시에서 한화와 관련한 지배구조 관련 오해를 불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승계 작업을 위해 한화의 사업 잠재력을 의도적으로 억제한다는 투자자 우려는 한화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사실상 그룹 내 수요처가 정해져 있는 투자 건인데, 이번 질산 관련 투자 주체가 한화라는 점은 승계 관련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이벤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은 주요 계열사에 비해 상승이 더뎠던 한화 주가의 정상화 과정이 기대된다며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4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올렸다. 이날 기준 한화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3만9667원이다.
한화 최대주주는 김승연 회장(22.7%)으로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4.4%),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1.7%), 3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1.7%) 지분은 적은 편이다. 승계를 위해서는 자녀 지분이 높은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반면 한화 기업가치는 낮추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김 회장 자녀가 지분을 모두(100%) 소유한 비상장 계열사 에이치솔루션을 주목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 지분율은 김동관 대표 50%, 김동원 전무 25%, 김동선 상무보 25% 순이다. 에이치솔루션은 지주사 격인 한화의 3대 주주(4.2%)이자 주력 계열사 한화시스템의 2대 주주(13.4%)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에이치솔루션은 한화그룹 승계를 위한 사실상 지주회사로 볼 수 있다"며 "'오너와 한배를 타라'는 지주회사 투자 관점에서 봤을 때 한화와 한화시스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율은 2020년 말 기준 4.24%(318만1010주)로 1년 새 0.04%(3만1010주)가량 늘었다. 최근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시스템에 대해 최대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이치솔루션은 초과 청약 20%를 포함해 120% 청약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