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사거리에 걸린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의 문화적·학술적 가치가 조명됐다. 역경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이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영림 동국대 불교아동보육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종교교육학연구'에 투고한 '외상 후 성장 관점에서 본 광화문글판과 보왕삼매론의 상담적 함의'란 제목의 논문에서 광화문글판을 역경을 통한 성장의 측면에서 조명했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묘협 스님이 저술한 글로 현대인이 역경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저마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광화문글판을 받아들인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광화문글판 글귀를 통해 현대인이 어떻게 삶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심리적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지 투영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공감하며 위로를 받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는 어려움을 직면하고 수용하는 긍정적인 심리의 변화를 반영하며,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에서는 이기심을 버리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지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는 시구에 감동한 사람들에게는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심리가 투사된다고 분석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1991년 시작된 광화문글판은 지난 30여 년 동안 희망과 위로의 시심을 담아 국민에게 감동을 전해왔다. 세계적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랫말로 진행된 코로나19 극복 이벤트는 70여 개국에서 화제가 되며 가슴 뭉
2010년에도 이명천 중앙대 교수팀이 '옥외광고학연구' 가을호에 광화문글판을 주제로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영림 교수는 "광화문글판은 현대인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