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을 빌려 1년에 20만원 꼴로 이자를 내는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감당해온 저신용·저소득 서민이 올해 1분기에만 최소 3만명에 대출규모는 3300억원으로 나타났다. 통계 기간을 지난 1년(2020년 1~12월)으로 확대하면 이런 고금리 대출은 11만명 가량에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애초 이런 고금리를 부담할 필요가 없었다는데 있다. 평균 연 11%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민금융진흥원의 맞춤대출 제도나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몰라서 이용을 못해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서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 [자료 제공 = 서민금융진흥원] |
또, 올해 1분기 중 맞춤대출 실적은 2만9919명에 331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이용자는 10.7%, 지원금액은 32.2% 각각 늘었다. 고금리 대출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맞춤대출 제도가 있는데 이를 잘 몰라서 고금리 대출 상품을 쓴 경우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맞춤대출 대상자들은 신문과 방송, 라디오 등의 언론 매체나 지인 등을 통해 이런 제도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이용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맞춤대출은 대출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하면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비롯해 은행·저축은행 등 180여개 민간금융회사의 대출상품의 한도, 금리 등을 한 번에 비교하고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들 기관의 대출상품 중 가장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한다. 올 3월말 기준 180여개 맞춤대출 상품의 평균금리는 연 11.81%로, 서비스를 이용한 서민들은 연 10%포인트 이상 금리 부담을 낮췄다.
↑ 맞춤대출 구조 모형.[자료 제공 = 서민금융진흥원] |
서민금융진흥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노원센터에서 따르면 월급의 90%를 이자로 갚은 A씨 사례도 있다. A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을 대신 떠안아 연 24% 대부업 대출과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대출을 감당했다. 그러던 중 맞춤대출을 알게 됐고 기존 고금리 대출을 금리 연 9% 햇살론을 받아 1500만원을 갚고, 햇살론17을 통해 700만원을 대출해 부족한 생활자금도 충당했다. 당초 정책서민금융대출을 받을 수 있는 A씨가 이런 점을 잘 몰라서 월급의 90%까지 이자로 내며 고금리 대출을 감당한 셈이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도 이런 사례에 대해 "조금 더 일찍 맞춤대출을 알았다면 고통을 덜었겠지 않았나 싶다"며 "몰라서 이용을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왼쪽)이 상담사와 함께 고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제공 = 서민금융진흥원] |
이에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상환능력이 있음에도 기존 고금리 대출 만기 시 재이용이 어려운 저신용·저소득 서민을 위해 한시적 대환상품인 안전망 대출Ⅱ를 3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안전망 대출Ⅱ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시행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하며 추후 수요 등을 감안해 2022년까지 공급량을 조절한다. 대출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특례보증(국민행복기금 100% 보증) 진행 후 은행에서 대출할 수 있으며, 연 20% 미만의 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될 전망이다. 저신용자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있고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도 늘고 있어서다. 여전히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이 금융권에서
한국은행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700조원을 넘어섰다. 2년내 2000조원을 넘어설 전망도 나온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5조5000억원이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이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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