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토종 경영참여형사모펀드(PEF)운용사 대표는 "향후 신규 채용은 이공계 출신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공표했다. 이 기업은 운용자산(AUM)이 6조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PEF 운용사다. 그는 "기존 투자 담당 인원 25명 중 20명이 문과계열이라 편중이 심했다"며 "근래 들어 바이오, IT(정보기술) 분야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이공계 출신이 더 절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이공계 채용 강풍이 불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해 정보기술(IT) 기업과 바이오 업체의 몸값이 수직상승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PEF의 전통적 기업가치 평가법에 어긋나는 케이스가 빈번해지며 해당 분야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성이 증가한단 것이다. 쿠팡이 지난해 적자에도 올해 뉴욕증시 100조원대 상장에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는 기존 PEF의 방식을 따라 EBITDA(상각전영업이익)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을 땐, 나올 수 없는 수치다.
이공계 출신의 강점으로는 전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꼽힌다. 2차전지, 5G반도체 소자, 제약 바이오 등에 투자해온 신생 PEF 운용사 대표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나 온라인 플랫폼 회사에 투자한다면 해당 기업 서비스의 핵심 로직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분야를 전공한 공대 출신은 원리를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친구와 지인이 대부분 그쪽 전공자"라며 "딜(거래)을 발굴하는 능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볼트온(Bolt-on) 투자를 위해서도 해당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볼트온은 포트폴리오 기업과 관련된 회사를 연이어 사들이며 기업가치를 늘리는 전략이다. 지난해 제약사를 인수한 대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분야 전문가를 채용했다"며 "볼트온 투자에는 해당 분야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얘기했다.
PEF 운용사가 이공계 인재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운용사 차원에서 투자 인력으로 영입하거나,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진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한 PEF 운용사 대표는 "운용사 차원에서 IT 또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겠다면 직접 채용할 수 있겠지만, 특정 업종에 집중하기가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경영권을 인수한 기업에 C레벨(CEO, CFO 등 최고책임자)을 이공계 출신으로 앉히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PEF운용사 일각에서는 이공계 인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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