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콕] 개인투자자들 관심이 많으면서도 불신이 매우 심한 금융상품이 개인연금입니다. 작년 말 매일경제 머니콕이 다룬 <지금 700만원 넣으면 내년 2월 100만원 돌려받는다…연금활용 절세가이드> 기사는 1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많은 독자분이 이런저런 궁금증과 불만을 댓글로 표현했습니다.
개인연금에 대한 투자자들 불만은 크게 △수수료 △수익률 △세금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매일경제 머니콕이 연금 전문가인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이사와 함께 개인연금에 대해 투자자들이 가진 불만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봤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개인연금을 믿음직한 노후 준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살펴봤습니다.
민 이사는 연금상품은 성격상 장기간 유지해야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연말정산 등 단기적인 세제 혜택이나 수익률 홍보에 휩쓸려서 가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당장의 세제 혜택을 노리고 덜컥 연금상품에 가입하고 나서 10년 안에 중도해지하면 금융회사의 배만 불릴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전에 본인의 생애 자금 흐름을 신중히 따져보고 부담이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남는 것이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연금상품은 장기적으로 돈을 적립해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상품입니다. 중도해지하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회사에서) 가입할 때는 세제 혜택 등 좋은 얘기만 하고 중도해지하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를 안 하니까 나중에 가입자분들이 속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연금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연금저축보험, 연금펀드가 있고 세제 혜택을 받지 않는 연금보험도 있습니다. 많은 분이 헷갈려 하십니다. 상품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상품도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쁘지는 않고 장단점이 같이 있습니다. 비용 구조도 제각기 다릅니다.
수수료·운영비를 얼마나 떼는가는 약관을 보면 됩니다. 최근에는 약관 전문가가 가르쳐주는 약관 교실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제가 보험약관을 살펴보니까 그동안 제도 개선이 많이 돼서 그림도 나오고 알기 쉽게 바뀌었습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짚어서 말씀드리죠. 연금보험에는 보험관계비용이라고 해서 계약체결비용과 계약관리비용이 있습니다. 계약체결비용은 가입 후 10년 이내에 매월 2%가량을 떼는 것입니다. 계약관리비용은 납입기간 동안 매월 보험료의 4.17%를 뗍니다. 매월 보험료를 30만원 내면 그 가운데 거의 2만원을 뗍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적지 않은 비용이죠. 연금저축보험 계약체결비용은 10년 이후에는 안 뗍니다. 장기로 갈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또 하나는 중도해지하면 해지공제금을 뗍니다. 가입 후 1년 안에 해지하면 무려 13.9%를 뗍니다. 해지공제금 비율은 가입 2년 후 5.7%, 3년 후 3.1%입니다. 상품마다 공제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만, 대략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보험 가입 후 1년 안에 해지하면 계약체결비용과 계약관리비용, 해지공제금을 모두 떼기 때문에 사실 원금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로 갈수록 비용이 줄어듭니다. 대부분 가입자분들을 만나서 상담해 보면 관리비용을 많이 떼는 구간에 열심히 불입하시다가 비용이 줄어드는 구간이 되면 '이거 안 되겠어' 하면서 해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속았다. 나쁜 금융회사들'이라고 불만을 토로합니다.
과거 3~4년 전에 연금보험에서 연금펀드로 대거 옮겨온 적이 있었습니다. 설계사분들도 많이 옮기도록 고객들에게 안내했습니다. 연금저축보험은 원리금보장상품이라 예금과 거의 같습니다. 연금펀드는 투자 상품, 실적배당 상품이니까 수익률 비교가 말이 안 됩니다. 그런데 이걸 단순비교해서 연금저축펀드가 우수하니까 연금보험 해지하라고 해서 많이 옮긴 것입니다. 그 이면에는 사실 (설계사 입장에서) 연금보험 계약비용을 다 빼먹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없지 않습니다. 저도 금융회사에서 일하지만 이런 것들이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고객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데, 자신의 수익을 위해 하는 행위들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Q 특히 연금보험 가입자 불만이 크다. 연금펀드는 어떤가.
A 연금펀드는 보험과 다릅니다. 펀드도 약관이나 이런 것을 보면 펀드는 운용 기간 수수료를 뗍니다. 자산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보수, 판매사가 가져가는 판매보수, 자산을 보관하는 수탁회사가 가져가는 수탁보수가 있습니다. 제가 실제 규모를 따져봤습니다. 펀드는 유형에 따라 보수 수준이 다릅니다. 기대수익률이 낮은 건 보수가 낮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건 보수가 높습니다. 유형별 연평균 보수가 채권형은 0.42%, 채권혼합형 0.8%, 주식혼합형 1.07%, 주식형 1.39%입니다. 주식형 기준 100만원 투자했으면 1년 보수가 1만3900원입니다.
연금보험과 펀드는 보수 구조가 다릅니다. 연금보험은 초반에 많이 떼다가 10년이 지나면 줄어듭니다. 연금펀드는 적게 떼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가입 기간이 20~30년 장기간일 경우 어느 순간이 되면 연금보험 보수가 연금펀드보다 적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을 낮추려면 가입할 때 가급적 모바일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IRP 계좌 관리수수료도 높아 문제라는데.
A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는 개인이 금융회사에 가입해서 운용하다가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고 퇴직하면 퇴직금을 IRP 계좌로 받을 수 있습니다. DC형이나 DB형 퇴직연금은 수수료를 회사가 부담하는 것과 달리 IRP는 수수료를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DB나 DC보다 IRP는 가입자가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IRP 비용이 높아서 아주 거액이 아닌 경우 세제 혜택보다 수수료가 높아서 문제였습니다. 그동안 언론 등에서 많이 문제로 제기돼서 최근에는 비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현재 모두 합하면 0.1% 정도 됩니다.
A 환급률이 낮은 것은 비용을 많이 뗐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10~20년 유지해야 하는데 중도해지하면 해지공제금을 떼기 때문에 80~90%밖에 될 수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입니다. 문제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도 할 얘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보험사는 장기적으로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운용을 해왔는데, 중간에 해지하면 채권도 팔아야 하고 자산도 팔아야 하기 때문에 남은 고객들에게 손실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해지하지 말고 원래 가입할 당시 계획한 대로 장기적으로 가져가도록 유도하기 위해 해약금을 높게 가져가는 이유도 있습니다.
Q 5~10년 된 연금펀드 수익률도 별로라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A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는 연금펀드라고 했는데 요즘은 연금펀드 계좌라고 한다. 펀드가 사과나 배라면 계좌는 과일 바구니와 같은 것입니다. 바구니 안에 사과, 배, 바나나 무엇을 넣을지는 고객이 선택해야 합니다. 계좌에 주식형,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어떤 상품을 넣을지는 고객이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금융회사에서 이런 것에 대해서 조언하고 방법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여전히 상당수 금융회사들의 컨설팅 역할이 부족합니다. 통계를 보면 연금 고객들이 최초 가입한 상품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저조한 수익률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굴려야 연 4~5% 수익을 낼 수 있을까.
A 연금은 주식 투자하듯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대다수가 보수적으로 굴리길 원하기 때문에 충분히 4~5% 정도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우선 본인이 가입한 연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수익을 내는 건 시장 상황에 따라 상품을 바꿔주는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는데, 아마도 그 정도 될 수준이라면 투자해서 이미 돈을 많이 벌었을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장기투자라고 봅니다. 시장에 항상 머무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비결입니다. 매년마다 손실 없이 4~5% 수익을 내는 건 아닙니다. 어떤 해는 손실을 보고 어떤 해는 수익을 내면서 장기적으로 연평균 4~5%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손실이 났을 때 용감하게 투자액을 늘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내공을 가지기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투자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분산투자입니다. 한곳에 투자하면 견디기가 힘듭니다. 나눠 투자하면 변동성이 낮아지니까 버틸 수 있습니다.
A 세금 문제는 반드시 세무사와 상담하셔야 합니다 제가 아는 한도에서 말씀드리면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원을 넣으면 종합소득에 해당돼 다른 소득과 합해서 신고해야 합니다. 종합소득세는 금액에 따라 7단계로 나뉩니다. 많은 분들이 국민연금을 월 100만원씩만 받아도 연간 1200만원이니까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그건 아닙니다.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국민연금은 해당하지 않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해당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1200만원은 세액공제를 받은 연금 납입액과 운용수익을 합한 것입니다. 만약 55세 이후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연금수령을 개시하고 합계 금액이 1200만원을 넘는다고 모두 다 종합소득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금을 개시할 때 받는 돈의 순서가 있다. 첫째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추가 불입한 돈부터 받고, 그다음이 퇴직금입니다. 이 돈은 둘 다 1200만원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금소득으로 연간 1200만원이 넘는 분들이 실제로는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근로자는 크게 고민을 안 해도 되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고민이 된다면 최대한 연금수령 기간을 늘려서 30~40년 동안 받으시면 됩니다. 또 하나 IRP를 보통 1개씩 가입하는데, 금융회사별로 가입해서 2~3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나는 55세부터 연금수령을 개시하고 또 하나는 70세부터 개시하는 방식으로 나누면 종합소득세 과세 문제를 피해갈 수 있습니다. 하나의 IRP에만 돈을 넣으면 연금 개시 시점을 분산할 수 없습니다.
Q 불가피한 사정으로 중도해지하면 16.5% 세금 추징.
A. 연금으로 안 받고 연금 외로 수령할 경우 그렇습니다. 연금은 정부가 노후 자금 활용 목적으로 만든 제도입니다. 연금 외로 수령하면 기타소득세로 간주돼 16.5% 분리과세됩니다.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을 때, 사망이나 해외 이주, 본인이나 부양가족 3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하거나 파산했거나 할 경우에는 기타소득세를 안 떼고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가 적용됩니다.
Q 은퇴 후 연금을 포함해 연 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 지역가입자 전환.
A 건강보험료 기준에 국민연금은 해당되고 사적 연금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2017년에 결정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에 따라서 소득이 많은 분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받으려고 바꿔가는 과정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는 연금소득,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을 합해 3400만원이 넘는 분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됩니다. 내년 7월부터 2단계로 2000만원을 초과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됩니다. 2000만원 기준에는 국민연금만 해당이 됩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대상이 아닙니다. 국민연금도 100% 적용은 아니고 현재는 수령액의 30%, 2단계부터는 수령액의 50%가 적용됩니다. 사업소득이 있는 분들이 주로 해당되고 사업을 안 하는 분들이라면 거의 해당하지 않습니다.
Q 연금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A 세제 혜택이나 연금상품 비용 구조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때 제대로 혜택을 받을수 있고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연금상품에 가입할 때는 빨리 가입하는 것보다 충분히 생애 자금 흐름을 따져보고 부담이 없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단번에 넣기보다는 오랫동안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연금상품을 운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제 혜택만 강조하는 판매 논리에 절대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는 점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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