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순매도를 이어온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 목표치를 조정하면서 내주 주식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이번 조치가 국내 주식의 추가 매입이나 즉각적인 매도중단을 의미 하는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주식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된 만큼 증시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기계적 매도로 인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차 등 대형주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전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율을 현행 기준보다 높이기로 결정했다. 전략적 자산 배분(SAA)을 고려한 국내 주식 비중 허용 범위가 목표치(16.8%)의 ±2%인데 ±3%으로 1%포인트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주가가 올라 국내 주식 비중이 18.8%를 벗어나면 매도를 해야 했지만 이제는 19.8%까지는 매도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운용 규모가 855조원(올해 1월 기준)인 점을 감안할 때 170조원 정도가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최대치로 추정된다. 국내 주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7조원 정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조치로 당장 국민연금의 순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국민연금의 기록적인 매도세는 진정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코스피 3000돌파에 따른 주가 급등으로 국내 주식 보유비중이 올 1월말 기준 21.2%에 달했고 목표치인 16.8%를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무섭게 팔아 치웠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올해 1월 4일~4월 9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서 17조2164억원을 순매도했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6조7012억원어치를 매각했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장인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이기간 동안 지수를 주도하는 대형종목들의 영향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의 매도세가 집중된 지난 3월 한달 동안 연기금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1, 2위 종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매도규모가 각각 1조3302억원, 422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2561억원),LG화학(2393억원), SK이노베이션(2217억원), 삼성SDI(1931억원), 엔씨소프트(1856억원), 현대차(183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이같은 국민연금의 순매도 행진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행동이라는 개인 투자가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나서 이번 조치를 취하게 된 셈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기계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도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확대하는 효과는 없어도 매도 강도가 약해지면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매도세가 컸던 대형주들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적잖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로 국민연금이 증시에서 순매수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순매도를 줄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순매도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됐는데 순매도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파는 속도도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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