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택공급 첩첩산중 ◆
↑ 8일 임기를 시작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주도 개발에 협조할지에 부동산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시민이 오 시장 선거 현수막이 걸린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를 지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각종 인허가권을 쥔 시장이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고 해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대못'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들은 중앙정부 소관이다.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제로섬게임'의 대척점에 섰다는 점이다. 민간 정비사업이 순항할수록 정부가 명운을 건 공공 주도 정비사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 시장이 정부의 도움을 얻긴 쉽지 않다.
오 시장이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다.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정부의 2·4 대책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필두로 하는 공공 주도 개발사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정부가 2·4 대책에서 제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은 물론 작년 5·6 대책과 8·4 대책에서 나온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LH 역할이 절대적이다.
오 시장 공약대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면 조합으로선 공공 주도 사업에 기댈 이유가 없어진다.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흥할수록 공공 주도 사업은 실패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는 오 시장의 당선이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예정에도 없던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행정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고 오 시장의 민간 정비사업이 당장 순항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 시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돼 민간 재건축·재개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건 사실이지만 '대못'은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안전진단의 경우 1차 안전진단은 시장이 진단 업체를 선정 가능해 지금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1차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D등급)한다면 2차 안전진단(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을 받아야 한다. 이를 수행하는 건 공공기관 2곳인데 사실상 국토교통부 입김이 작용한다. 1차 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는다면 2차 안전진단을 받을 필요가 없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 민간 재건축의 사업성을 저해하는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들 재건축 관련 규제는 오 시장이 완화할 방법이 없다. 모두 법 개정 사안이거나 중앙정부 관리하에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기 위한 최대 복병은 안전진단이 아니라 재초환"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정부의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으로 인해 토지비가 올라가면서 분상제를 적용해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 범위를 넘는 사례가 등장하기는 했다.
용적률도 국토부를 설득하거나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시장 권한으로 가능한 용적률은 최대 300%라 400~500%까지 높이려면 국토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최대 250%로 적용하고 있는데,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은 300%다. 기부채납을 받고, 국토부와 협의를 한다면 이를 400~500%까지 높일 수 있지만 국토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개별 구역의 용도지역·지구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더 높은 용적률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여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의결을 거쳐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
오 시장 1기 시절 역점 사업인 '한강르네상스'도 난관이다. 한강을 한강홍수통제소가 관리하기 때문에 환경부 벽을 넘어야만 한다. 권 교수는 "가령 세빛섬 같은 건
[김태준 기자 / 송민근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