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투자시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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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연금 규모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한 고객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상품 안내가 적힌 광고판을 지나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퇴직연금(확정기여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자금이 해외 주식·채권형 펀드로 쏠리는 이유 중 하나로 '세제 혜택의 역차별'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고 연금으로 찾을 경우 세금을 매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게 되면 나이와 연금 수령 방법에 따라 연금소득세율이 달라진다. 연금 수령 당시 나이가 55~69세일 경우 세율은 5.5%다. 70~79세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을 적용한다. 연금계좌로 투자한 후 이를 수령하면 해당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증권사 계좌로 국내 주식형 상품을 투자할 때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연금계좌로 국내 주식형 상품에 투자할 때 부담해야 할 세금 부담이 일반 계좌에 비해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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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는 2015년 기존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상향됐지만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연금계좌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형·IRP)을 합친 개념이다. 여기에 들어 있는 금액을 합산해 연간 납입액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50세 이상은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9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미국 등에서는 기본 소득공제 한도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미국은 2014~2015년 1만7500달러에서 최근 2만2000달러로 공제 혜택을 늘렸다.
매일경제가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3개 대형 증권사에서 각 사의 퇴직연금 투자 자료를 입수한 결과 퇴직연금 자금에서 투자된 상위 5개 ETF 중 해외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69~74%에 달했다. 3개사 퇴직연금 상위 5개 ETF 투자 규모는 3744억원이었는데, 이 중 73%(2719억원)는 해외 주식형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연금계좌의 국내 투자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계좌가 장기 투자에 적합한 측면도 있다. '손익통산'이 대표적인 예다. 손익통산은 소득액과 손실액을 합산해 순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가령 해외 주식형 ETF 3개에 투자할 경우 ETF 2개에서 50만원씩 손실을 봤고, 나머지 1개 상품에서 수익 100만원을 얻었을 때 포트폴리오 전체 손익은 '0'이다. 하지만 100만원 수익이 난 ETF로 인해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연금계좌는 합산 손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이때 세금이 붙지 않게 된다. 또한 연금저축과 IRP와 같은 연금계좌 적립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바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운용 기간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은 "적립금에서 발생한 이자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는 연금 인출 시점까지 미룰 수 있다"면서 "적립금과 운용 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부과돼 세금 이점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적립금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을 대신해 퇴직연금이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7월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 자료를 발간해 2039년부터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2023년부터 주식, 펀드, 채권 등의 투자로 발생한 소득을 합쳐 금융투자소득으로 규정하고 500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 20%를 부과한다. 이때 국내 주식형 상품이라도 연금계좌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가
한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경우 연금계좌 가입 시 최대 15%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에 이 경우 국내 주식형 펀드도 연금계좌를 통한 투자가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