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투자시대 (中) ◆
지난해 255조5000억원까지 늘어난 퇴직연금은 자본시장연구원이 2013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 적게는 1000조원, 많게는 1500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2038년 1072조원까지 늘어난 후 2039년부터 감소해 2055년 모두 고갈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을 은행 예·적금에만 두면 기회비용이 크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하는데, 퇴직연금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감소분을 자연스럽게 채워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퇴직연금이 국내에 투자되면 우리 기업들의 시가총액 규모가 커져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자에게는 높은 수익률까지 안겨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퇴직연금은 초장기 자금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되면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미국 401k도 미국 주식에 주로 투자했고 그 결과 1980년대 이후 미국 기업의 시총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기업 시총 규모가 커지니까 자금 조달 비용이 줄었고, 새로운 혁신 기업이 계속 나오게 됐다"며 "퇴직연금이 자국 기업에 투자되면 기업은 경쟁력을 키우고, 투자자인 근로자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모두 국내 주식형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는 없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주식에 고루 분산 투자하는 게 맞는다"면서도 "지금은 국내 비중이 10~20%로 너무 낮기 때문에 조금 더 높이면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수익률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 전문가인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국내든 해외든 안정적인 기초 아래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시작해 해외로 자연스럽게 투자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퇴직연금의 투자 확대 요구에
김기영 미래에셋증권 연금솔루션본부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시장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투자할 때 멀리 내다보는 투자 태도"라며 "좋은 주식형 상품에 퇴직연금을 투자하고 기다릴 줄 아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