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풋옵션가격 부풀린 혐의' 안진 재판 29일 시작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부풀려 평가한 혐의를 받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와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주요 임직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번 재판 결과는 어피니티 측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게 제기한 풋옵션 행사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7일 법조계와 보험 업계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재판이 오는 29일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이는 정식 공판 전에 재판부가 피고인 혐의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확인하고 조사 계획 등을 세우는 절차다. 공판준비 절차가 종료되면 정식 공판기일이 정해진다.
지난 1월 검찰은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의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의 혐의는 크게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회계법인 사이의 부적절한 공모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부정한 청탁 △이에 응한 안진회계법인의 공정가치 허위 보고 여부 등으로 요악된다.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검찰은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기 한 달 전인 2018년 9월 안진회계법인에 자신들이 진행 중인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실사, 자문 용역을 추가로 할 수 있게 해줄 테니 공정가치 업무를 맡아 달라는 취지로 제안했고, 이를 안진 측 회계사들이 승낙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소장에는 풋옵션 행사 전날에도 이들이 만나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가치평가 이후 해당 사안이 결국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 가능한 한 유리한 방법으로 가치평가를 해 달라고 제안했고, 안진 측 회계사들이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풋옵션을 행사하기 훨씬 전부터 긴밀하게 공모하며 보고서 작성을 위한 판을 깔아놓은 셈이다.
이처럼 사전 청탁이나 추가 용역 수임을 약속한 정황 등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회계사와 임직원들은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특정 회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고 공정한 입찰 과정을 통해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