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 株主시대 ③ ◆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을 처음 투자한 사람들은 300만명에 달한다. 한 해 동안 부산시 인구 규모가 주식 투자자로 새롭게 진입한 셈이다. 1일 예탁결제원이 발표한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개인소유자 보유금액 현황'을 보면 동학개미가 과연 어떤 집단인지 또렷이 드러난다.
예탁결제원은 주권을 직접 거래할 때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대신 보관해주는 기관이다. 전 국민이 주주로 거듭나고 있는 이 시기에 가장 정확하게 개인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다.
가장 주요한 특징은 주식 투자와 다소 거리가 있던 계층이 대거 진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주식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투자자는 전년 대비 61%(148만명) 늘었는데, 같은 기간 남성 투자자가 41%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훨씬 빠른 증가세다. 이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여성 투자자 비중은 42.6%에 달해 2019년 대비 3.3%포인트 늘었다. 전체 여성 인구 대비 주식 투자 비중은 15.0%로 남성(20.3%)보다는 낮지만 점차 차이를 좁히고 있다.
지난해 여성의 주식 보유액은 약 173조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75조원 증가했다. 2018년에는 7조원 이상 줄었고, 2019년에는 1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여성 투자자의 주식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남성 투자자의 주식 보유액은 약 489조원으로 전년보다 168조원가량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층이 대거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기준 개인투자자 가운데 20대는 107만명으로 전년 대비 180.5% 급증했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20세 미만 또한 177.6% 증가했고, 30대는 69.1% 늘었다.
30대 이하의 주식 보유잔액은 68조원으로 전체 개인 보유액에서 10.2%를 차지했다. 2019년에는 8.2%였다. 물론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계층은 40~60대다.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0대 주식 투자자는 1인당 주식 1억724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60대가 보유한 주식 잔액은 1인당 1억1647만원, 70대 이상은 1억7168만원에 달했다.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여전히 50대 이상 장년층이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소액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한탕주의'에 빠지지는 않았다. 소액 투자자 비중이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우량주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적은 돈이지만 차곡차곡 모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1인당 평균 주식 보유금액은 7245만원이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 보유액이 1000만원 미만인 투자자는 지난해 말 515만명에 달했다.
전체 주식 투자자 가운데 56.3%는 1000만원 아래로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식 보유액이 1000만~5000만원인 투자자는 55.2% 늘어 234만명에 달했다. 주식을 10억원 이상 가진 투자자는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지난해 주목할 점은 개인들이 집에 머무른 시간이 길었다는 것"이라며 "아무래도 여성들이 온라인 쇼핑을 많이 하면서 익숙한 종목을 선택했고, 플랫폼 종목을 많이 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