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주 앞두고 느닷없이 밀어붙인 2·4 부동산대책 후속 조치에 대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다수 주민과 상의도 없었을뿐더러 '일단 주민들끼리 진행해보고 안 되면 민간 재개발로 선회하든지 하라'는 무책임한 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또 2월 5일 이후 후보지에 빌라를 매수한 사람은 '현금 청산'을 당하는데, 사업을 추진하려면 이들의 격렬한 저항을 뚫어야 한다.
정부는 3월 31일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방안' 첫 선도사업 후보지로 신길동 저층 주거지(과거 2·4·15구역), 영등포 역세권, 연신내 역세권 등 서울 4개구, 21곳을 발표했다. 이는 2·4 대책 후속 조치인데 지난해 5·6 대책에서 나온 공공 재개발과는 몇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조합 소유권 보유 여부다. 공공 재개발은 민간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관리처분 방식(소유권 보유)이고, 공공 직접시행은 토지 납입 방식(소유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이전)이다.
문제는 대부분 후보지에서 주민들의 참여 의사를 조사하지 않고 지자체 추천 위주로 후보지를 골랐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정책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해 선수를 치기 위함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모두 정부보다는 민간 재건축에 우호적인 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곳은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2구역이다. 작년에 조합이 설립된 신길2구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곳이다. 원래는 뉴타운으로 지정됐지만 2014년에 구역이 해제됐다. 인접한 신길3구역과 신길5·8구역 등이 모두 신축 아파트 단지로 거듭나자 일부 주민이 다시 민간 재개발에 시동을 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도사업 후보지로 발표되기까지 설명회 같은 절차가 없었다.
한 인근 지역 공인중개사는 "뉴스를 보고 나서 이 구역이 후보지로 선정됐다는 걸 들었다"며 "그간 민간 재개발로 가야 할지 말지를 가지고 낡은 집 소유자와 신축 빌라 소유자 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이번 발표는 정말 느닷없다"고 전했다.
함께 후보지에 오른 4·15구역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2구역만큼 진행이 빠르진 않지만 이들 지역도 민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이번 대책을 환영하지만 대부분 주민은 후보지 선정 때까지 전혀 정보를 들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식적으로 반대를 표명한 곳도 있다. 은평 증산4구역 371명은 최근 '정부의 도심 사업지 후보지 지정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발송했다. 이곳 주민들은 2019년 정비구역이 해제된 후 민간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은평구가 돌연 '저층 주거지 사업 후보지'로 신청한 것이다.
같은 구에 속한 옛 증산4구역은 최근 구청장 면담을 통해서야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산4구역은 4139가구로 전날 발표된 예정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또 2월 5일 이후 개발 사업 지역의 주택 등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 청산한다는 점도 난관이다. 정부는 2월 4일 이런 방침을 밝혔지만 당시 어느 곳이 사업지일지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단적으로 2월 5일 이후 21곳 중 1곳의 빌라를 샀다면 난데없이 현금 청산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금 청산 대상자들도 찬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월 5일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도 찬반 의사 표명권이 있다"고 말했다. LH 투기 의혹으로 공공에 대한 반감이 심한 상황에서 청산
다만 발표 지역은 사업 확정 단계 이전의 예정 단계에도 미치지 못한 '후보 지역'에 불과하다. 예정지구가 되려면 소유주 동의 10%를 받아야 하고, 이후 1년 이내에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이 확정되는데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