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31일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이 시행될 당시, 전문가와 언론은 △법 시행전 집주인의 임대료 대폭 증액 △법시행 후 신규계약 임대료 대폭 인상 △전세에서 월세로의 급격한 전환 등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았다. 실제로 주택 임대차 시장에선 이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정부관계자와 여당 의원들이 그 부작용을 어떻게 그대로 실천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법 시행 전 집주인의 급격한 보증금 인상이다. 김상조 전 실장은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 중인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120.22㎡) 전세금을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14.1% 올렸다. 계약 시점은 작년 7월29일로 법 시행 이틀 전이었다. 법 시행 후 전세계약을 갱신했다면 김 실장은 전세금을 14.1% 올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한 서울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전용 84m²)의 전세 보증금을 5억4000만 원에서 5억9000만 원으로 9.3% 올렸다. 조 의원의 전세 계약은 재계약으로 시점은 지난해 7월 4일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의원은 "기존 전세계약이 시세보다 많이 저렴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김상조 전 실장의 집과 같은 면적의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2차 아파트는 지난해 12억5000만원 선에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김 전 실장의 집이 1층이라는 사실을 고려해도 많이 저렴하다는게 주변 공인중개업소의 귀띔이다. 조 의원의 집과 같은 면적인 아파트 전세 시세도 작년 7월 6억원 선이었다.
작년 임대차법 시행 때부터 이같은 움직임은 예측됐다. 특히 전세를 저렴하게 공급하던 '착한 집주인'부터 시행 전 임대료를 급격하게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5% 상한선이 생기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집주인이 피해를 볼 위험이 높다"며 "이들이 위험을 회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김 전 실장이 똑같이 행동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번째 신규계약시 임대료를 대폭 올린 경우는 송기헌 의원이 보여줬다. 송 의원은 배우자 명의로 된 서울 양천구 목동 청구아파트 전용 84㎡ 전세금을 5억3000만원에서 6억7000만원으로 26.4% 올렸다. 송 의원은 계약 시점은 2019년 12월이고,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한 것으로 임대차3법과는 별개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얽히면서 전세 시세는 크게 뛴 상황이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3월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당 평균 전세값은 699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8월 584만원에서 19.7%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박주민 의원의 경우는 '전세의 월세화'를 몸소 실천했다고 진단했다. 임대차법이 시행되면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월세를 선택한다는 예상이 많았는데 박 의원이 똑같이 행동한 셈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서울 중구 신당동 이편한세상 아파트(84.95㎡) 임대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였다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전체 주택의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39.0%에서 43.6%로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 설계·입안·실행 과정에 관여했던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것이 심각해 보인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에 관한 신뢰도에 타격이 엄청나다"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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