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가 무색하게 서울에서 9억원이 넘는 분양 아파트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지방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했다.
2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공급할 예정인 '힐스테이트 만촌역'이 지난 25일 입주자모입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섰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전용 84㎡ 타입(26층 이상)이 8억9926만원이다. 확장비 3000만원을 포함하면 9억2000만원인 셈이다. 여기에 각종 옵션까지 합치면 10억원에 육박한다. 136㎡ 타입도 13억5573만원(26층 이상)에 확장비가 4200만원에 달한다.
이는 대구 지역 아파트 분양가 중 최고 기록이다. 이전까지 대구 중소형 아파트 최고 분양가 기록은 2019년 분양한 범어W와 2018년 분양한 힐스테이트 범어 센트럴 등으로 7억원대였다. 불과 2년 만에 분양가가 2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대형도 대구 지역 아파트 중 분양가가 가장 높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만촌은 대구시내 유명학원이 밀집돼 있는 '대구의 대치동' 같은 곳"이라며 "분양가가 높긴 하지만 청약 미달이 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 없는 청약 대기 수요자들이다.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청약 대기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는 등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완화하면서 이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선 더 이상 '로또 분양'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최근 고덕강일지구 민간아파트 제일풍경채 역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았는데도 강동구청이 평당 분양가를 2430만원으로 책정하며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평당 2230만원)보다 200만원 높은 것으로, 전용 84㎡는 평균 8억5000만원대로 9억원 턱밑까지 올랐고, 대형 평수인 전용 101㎡ 분양가는 9억원을 초과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대체적으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위주로 선정됐다. 수도권 전 지역(일부 제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남·중구), 세종, 청주 등 조정대상지역 대부분이 포함된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 심사 기준이 크게 완화되면서 사실상 분양가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다"면서 "실질적으로 분양가 책정 수준이 비규제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비규제지역은 아직 '로또 분양'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지난 23일 1순위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