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공공기관 낙하산 ◆
공공기관 감사·비상임이사 자리에 정당·정치권 인사가 대거 낙하산으로 진입하는 것처럼 금융권에는 금융감독원 퇴직 임원들이 상임감사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 통제 장치 미비 등을 근거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중징계를 추진하는 가운데 은행·증권사들의 '금감원 임원 모시기'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 매일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시중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지방은행 5곳(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10개 은행 가운데 9곳의 상임감사를 금감원 출신이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부원장 출신 1명, 부원장보 출신 1명, 국장 출신 7명이다. 이 가운데 금감원 재직 시절 시중은행을 검사하고 제재를 가하는 부서의 국장을 지낸 이도 있다. 은행 상임감사의 연봉은 많게는 2억원 가까이 되고, 임기는 통상 3년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퇴직 임원에 대한 상임감사 수요는 금감원의 금융사 제재 수위가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017년 말 10개 은행 상임감사직 중 7곳을 금감원 출신이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9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라임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의 판매와 관련해 CEO들이 내부 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규모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전문성을 근거로 내세우며 상임감사직에 재취업하고 있지만 '워치도그(watch dog)'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해 라임 펀드 부실 판매가 문제가 돼 금감원으로부터 징계를 통보받았지만,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는 지난해 말 1년 연임에 성공했다.
증권업계도 금감원 출신 인사가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윤석남 전 금감원 회계서비스국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으며, 감사위원으로 손인옥
민 감사는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 증권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미래에셋증권은 24일 열린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인 정용선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