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벤처캐피탈 업체 '수림창업투자'를 인수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DGB금융지주는 자산운용사와 증권사에 이어 벤처캐피탈까지 사들이며 왕성한 인수·합병(M&A)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수림창업투자 인수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사회를 마치는 대로 수림창업투자 측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방침이다. 거래 대상은 박현우 수림창업투자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회사 지분 100%다. 양 측은 약 100억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거래하기로 합의했다. DGB금융지주는 별도의 재무 자문사 없이 인수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실사 과정에서만 딜로이트안진에 용역을 맡겼다. 매각 측 자문사로는 에임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DGB금융이 지주사 차원에서 100억~200억원대 벤처캐피탈 매물을 오랫동안 물색해 왔다"며 "시장 평판이 좋고 펀드 조성 이력이 풍부한 수림창업투자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DGB금융지주의 이번 행보를 사업 다각화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M&A로 금융투자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을 인수한 데 이어 2018년엔 하이투자증권까지 품에 안았다. 지방은행이란 모태를 갖고 있지만 공격적인 M&A를 통해 종합 금융지주사로 도약을 모색 중인 것이다. DGB금융지주는 이로써 손해보험사와 저축은행을 제외한 굵직한 사업 영역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작년에만 두 곳의 금융지주사가 벤처캐피탈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 2019년 유큐아이파트너스(현 BNK벤처투자)를,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두산그룹 소속이었던 네오플럭스(현 신한벤처투자)를 사들였다. NH농협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 출자 형태로 벤처캐피탈을 세웠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사(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와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방 금융지주 중 벤처캐피탈 자회사가 없는 회사는 우리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 뿐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입 대비 산출을 감안하면 지주사가 출자한 뒤 벤처캐피탈 자회사를 세우는 게 남는 장사지만, 대부분 M&A 시장에 나온 벤처캐피탈 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그동안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펀드 조성 이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DG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합류하게 된 수림창업투자는 2014년 8월 설립됐다. 매년 1개 이상의 신규 투자조합을 결성하며 펀드를 왕성히 만들어 왔다.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여성들의 창업을 지원하고자 기획한 '여성벤처펀드'를 결성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수림창업투자는 스템랩과 글로벌택스프리, 수젠텍, 피씨엘 등에 투자해 왔다. 수젠텍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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