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23일(15:1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야놀자 등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들이 잇따라 해외 상장을 준비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유니콘 투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국내 스타트업이 늘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투자자의 자본으로 스타트업들의 우수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투자 결실을 국내로 유입시키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신청서(S-1)에 따르면 쿠팡의 상장 전 주요주주로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39.4%), 그린옥스캐피털(19.8%), 매버릭홀딩스(7.7%) 등이 등재돼 있다. 모두 해외 기반의 벤처캐피탈이다.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3조4100억원 가량을 쿠팡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는 상장 후 지분 가치(33.1%)가 28조7249억원(현지시간 3월 22일 기준)으로 치솟아 20조원대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컬리의 최대주주는 지분 11.4%를 보유한 미국 기반 벤처캐피탈 세쿼이아캐피탈이다. 이어 김슬아 대표가 지분 10.7%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계 벤처캐피탈 율러 캐피탈이 10.4%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동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야놀자 역시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GIC), 부킹홀딩스 등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36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지분 상당수가 해외 투자 기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의 유니콘 기업 투자가 늘기 위해서는 '그로쓰 투자' 분야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로쓰 투자는 초기 단계를 넘어 어느 정도 성장성을 인정 받은 스타트업을 상대로 하는 투자로, 금액은 수백억원대를 통상 지칭한다. 바이아웃 투자와 달리 투자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정도도 낮다. 한 미국계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지난해 밴처캐피탈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5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그로쓰캐피탈의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자본시장에서 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더 필요하고, 무엇보다 능력있는 심사역들이 국내에 공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9년 '제2벤처 붐 확산 전략'을 통해 재정·모태펀드를 신설하는 등 벤처기업에 투자되는 자금을 늘리려고 했으나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벤처투자 금액은 4조3045억원으로 전년 4조2777억원 대비 증가
[강인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