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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종근당] |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신약 개발의 첫 번째 관문인 독성 평가 과정을 건너 뛸 수 있어 금방이라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지만, 상당수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아픈 손가락'이 됐다.
23일 거래소에 따르면 종근당은 전일 대비 9000원(5.92%) 하락한 1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한 췌장염 치료제 나파벨탄(나파모스타트)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자문단 회의에서 임상 2상의 결과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추가 임상을 권고 받은 여파가 4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개최된 식약처의 검증 자문단 회의에선 나파벨탄이 임상시험에서 개선시간이 시험군과 대조군이 모두 11일로 차이가 나지 않아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추가적으로 평가한 바이러스의 음성 전환 시간도 두 개의 군에서 모두 4일로 차이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검증자문단 회의 결과는 지난 17일 증시가 마감된 뒤 발표됐고, 이튿날인 18일 종근당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17일) 대비 20.26% 급락했다. 이후에도 종근당은 반등하지 못했고 이날도 비교적 큰 폭으로 또 빠졌다.
나파벨탄과 비슷한 계열인 호이스타(카모스타트)와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DWP212525)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대웅제약 역시 과정이 순탄치 않다. 지난달에는 호이스타의 초과 사용 승인을 신청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대웅제약은 작년 12월 하순만 해도 전승호 대표가 언론과 인터뷰에 나서기까지 하며 올 1월 출시를 전망했지만, 이후 올해 상반기에 임상 2b·3상 결과를 확보하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의 주가도 급등락했다. 작년 12월 17일 메디톡스와의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관련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21개월동안 회사 제품인 나보타의 미국 수출을 금지하는 최종결정을 받은 뒤에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10만원대 초중반이던 주가가 27만5500원(작년 12월 21일 종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튿날인 작년 12월 22일부터 급락해 4거래일만에 15만4500원까지 빠졌다. 이날 종가는 전일 대비 1500원(1.17%) 하락한 12만7000원이다.
일양약품도 러시아 제약사 알팜이 항암제 슈펙트(라도티닙)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며 라이선스를 도입하고 임상 3상에 돌입하면서 작년 7월 21일 주가가 9만76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등락이 반복되는 가운데 저점이 꾸준히 낮아졌고, 이달 초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면서 추가로 급락했다. 이날 종가는 3만4150원으로 작년 7월 21일의 고점 대비 3분의1토막 수준이다.
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혈장치료제 개발에 나선 녹십자는 국산 2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녹십자는 현재 작년까지 진행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후보 GC5131A의 임상 2상의 데이터 도출 작업을 하는 중이며, 다음달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미 긴급하거나 치료제가 없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식약처 허가에 따라 허가 전의 의약품을 사용하는 치료목적 사용 승인이 이달초까지 41건 이뤄졌다.
다만 녹십자의 주가 역시 급등락을 반복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말 35만7500원으로 마감된 녹십자는 올해 1월 26일 50만5000원까지 올랐다가, 이달 11일 32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본격적으로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린 배경은 시장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 작년 4분기 실적이다. 녹십자는 작년 4분기 2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증권 시장의 기대치는 111억원 흑자였지만, 인건비와 건강기능식품·일반의약품 마케팅 비용의 증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녹십자의 이날 종가는 36만9500원이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제약·바이오기업이 많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놓은 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의 경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임상 개발 의지와 무관하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부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기도 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을 알리면서 고무적으로 나온 시험관 시험과 동물 실험 결과를 강조했지만, 약효 확인을 위해 용량을 높이기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어 "이후 임상을 잘 해서 의약품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없지는 않겠지만, 모든 사례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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