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부동산 민심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에 이어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까지 폭등하면서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내가 낸 세금으로 투기꾼들 배만 채워주고 있다"는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정부가 지정한 3기 신도시를 전면 철회하라는 극단적인 주장부터 과도하게 인상된 공시가격을 정상화하라는 주문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빠르게 다른 참여자들 동의를 얻으며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과도하게 인상된 공시지가를 인하하여 주십시요'라는 제목 게시글이 오후 3시 현재 9763명 동의를 얻었다. 이 글이 지난 17일 작성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 이틀 만에 1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몰려든 것이다. 국민청원은 동의수가 20만명이 되면 청와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서 청원인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결국 다 실패했고, 부동산시장을 더욱 더 불타오르게 했다"며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비정상적이라 정상화에 힘 쓰겠다고 하는데, 공시가는 비정상적인 가격에 맞추어 인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이라면 정부에서 생각하는 정상 가격에 맞춰 공시가를 정하는 게 맞는다"고 강조했다.
90% 이상 국민이 세금 감면 대상이니 문제가 없다는 정부 주장도 도마에 올랐다. 세금을 통한 국민 편가르기라는 지적이다.
해당 청원인은 "공시가 상승으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까지 세금폭탄을 맞게 됐는데, 정부는 90%가 세금 감면 대상이라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며 "결국은 세금을 통한 편가르기"라고 꼬집었다.
과세 대상인 주택 소유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소귀에 경 읽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최근 공시가격 조정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아파트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 중 조정이 이뤄진 건수는 전체 1만6257건 중 0.8%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수용률이 0.2%로 더 내려갔다.
특히 이번 아파트 공시가격 폭등은 LH의 땅 투기 문제와 맞물려 조세 저항 심리를 키우고 있다. 결국 내가 낸 세금이 투기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2·4 부동산 공급 대책과 3기 신도시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제3기 신도시 철회 바랍니다'라는 게시글은 10만2500여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