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 무너진 공공개발 (上) ◆
↑ 정부의 3기 신도시 조성과 관련한 개발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천 신도시 예정지역도 발표 시점 전후에 토지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토지 헐값 보상에 항의하는 과천주민대책위원회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승환 기자] |
인천과 부천, 하남, 과천, 남양주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추진지역 주민들이 몰려 "실제 보상액은 시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3기 신도시 졸속정책 중지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임채관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의장은 "주민들은 평생 피땀 흘려 일군 집과 농토를 강제로 빼앗기게 될 처지에 놓였다"며 "이제라도 사유재산권 침해와 불이익을 당한 100만 피수용인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LH 직원과 일부 공무원들의 신도시 투기와 달리 10년, 20년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전을 닦아온 원주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왕버들나무를 심어 보상금을 높이는 등 경찰 수사로 전문투기꾼들의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수용당하는 터에 원래부터 자리를 잡고 살던 원주민들은 보상금으로 새 터전을 마련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남양주시 화도읍 3393㎡ 규모 토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던 황 모씨도 공장 전체와 땅이 수용될 처지에 놓였다. 사업시행자는 땅에 대한 보상가로 3.3㎡당 67만원 남짓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근 땅값은 이미 3.3㎡당 최소 80만원을 넘고, 90만~100만원까지 높아진 곳이 대부분이다. 보상금을 받아서 인근에 공장 용지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황씨는 "수용절차가 진행되면 공장 직원들과 가족들은 생업을 잃게 된다"며 "턱없이 적은 보상금으로는 인근에 똑같은 규모로 공장 운영도 힘들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석씨가 받은 총수용보상금 18억1000만원 중 양도소득세 등 세금 약 5억원을 떼고 나면 토지뿐 아니라 지장물에 대한 보상금을 모두 합해도 같은 지목의 땅을 1000㎡ 정도밖에 못 사는 상황이다. 이처럼 토지 수용에 대한 땅 주인의 반발이 많은 것은 그만큼 강제 수용되는 토지가 많고, 투기꾼이 아닌 원주민들이 제대로 생활여건을 복원할 수 있는 만큼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LH 사태로 문제가 된 '투기꾼'들에게 이들 공공개발 지역은 주요 먹잇감이다. 수용 시 토지 보상금액이 크지 않다는 건 투기꾼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전 토지를 매입해 1~2년 이자를 내며 버틴 뒤 보상금을 받고 팔고 나온다. 두 배 이상 수익이 날 수도 있지만 대개 수십 %대 정도의 수익률이면 성공한 투기다. 이들이 가격이 싼 맹지를 사거나 묘목을 심는 건 그 와중에도 최대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투기꾼들의 목적은 개발 예정지 인근 땅을 사들여 수용당하지 않으면서 신도시 입주 후의 이점을 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 "개발 예정지의 정확한 개발도면까지 알 수 있다면 몇 배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수용 토지에서 오래 살아온 원주민들이 받는 수용보상금은 시장가치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승태 법무법인 도시와 사람 대표변호사는 "현실에서 수용보상금액은 보통 시가의 80% 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수용보상금과 관련해 토지 소유주들이 가장 반발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양도세다.
피수용자들은 수용보상금을 받아 기존에 살던 집과 토지와 비슷한 가치의 부동산을 매입하게 된다. 하지만 보상금에 양도세가 부과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보상금에 대한 양도세는 총보상금에서 취득세와 특별공제 등을 뺀 과세표준에서 최대 42%의 세율을 계산해 산출된다.
토지 보상 전문가인 이장원 세무사는 "대다수 소유주들이 보상금에 대해 시세 반영이 되지 않는 데다 양도세까지 부과돼 불만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원소유주는 보상금으로 큰돈을
석종현 한국토지공법학회 회장(단국대 명예교수)은 "지금이라도 투기꾼과 원주민에 대한 정책을 구분해 원주민에게는 합당한 보상금을 주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최희석 기자 /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